한미 정상회담, 미북 비핵화 협상 탄력 붙을까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있던 미·북 비핵화 협상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를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취임 후 다섯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따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머지않아(in the not too distant future) 김 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북 고위급 인사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상 리용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공화국 대표단이 유엔총회 제73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하여 24일 평양을 출발하였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너무 머지않아(before too long) 북미 정상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적 준비를 하기 위해 평양에 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제안한 ‘북한 대표’와의 오스트리아 빈 회담 또한 미·북이 비핵화와 정상회담을 두고 논의할 주요 협상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11월 6일)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카드가 절실한 점을 고려하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늦어도 10월 중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여전히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 폐기를 추진하면서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두 정상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언급했을 뿐 ‘상응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양국은 “양 정상은 대북제재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합의도 발표하면서 대북 제재 또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민환 기자 yoog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