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킹 트랜스포메이션>‘자율’이라면서 어기면 압박… 금융사 ‘그림자 규제’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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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행정지도 벌써 11건
가계부채·부동산대책 물려
법적 구속력 없는 규준 남발

금융혁신을 위해 관치와 ‘그림자 규제’를 없애겠다던 금융 당국이 자율 규제 명목의 행정지도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규준을 남발하면서 금융사의 속앓이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전 정부에서 정책을 입안·실행한 공무원이 책임지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권한은 있되 책임은 지지 않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의 정부 규제가 더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말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통해 창구규제 등 이른바 ‘그림자규제’ 관행을 폐지하고 행정지도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비공식적인 감독과 통제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서만 11건의 행정지도를 금융사에 내렸다.

그림자규제란 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음에도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일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지침을 뜻한다. 통상 공문 형식을 취하면 행정지도, 구두지시라면 창구지도로 구분한다. 자율규제라고 해도 어기면 당국의 압박이 뒤따르기 때문에 거스르는 금융사는 찾기 힘들다.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금융권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다음 달 본격 도입을 앞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는 은행업법상 감독규정 등에 명시된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법적 근거가 없는 단순 참고지표다. 하지만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조만간 금융위원회가 제시할 고(高) DSR 비율이 대출거절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현행 30%에서 연말까지 40%로 확대하라는 ‘가계부채 개선대책’(행정지도)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채용절차 모범규준’ 등도 법적 근거 없이 시행되는 그림자규제다.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금감원의 지적이 이어지자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낮췄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금감원이 표준약관을 개정해 향후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이전 대출계약의 최고금리를 소급해 적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이 가이드 라인이나 지침을 통해 의무를 부과하는 행태는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