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버노 성추행’ 피해자 또 등장… 트럼프 “사기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번째 폭로자 “당시 현장에
가해 남학생중 캐버노 있었다”
민주,대통령에‘철저수사’서한

트럼프 특별회견 열어 감싸기
“증거땐 지명철회” 한발 빼기도
공화vs민주 난투극으로 번져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성폭행 시도 의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며 감싸기에 나섰다.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반트럼프 진영은 캐버노 지명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면서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캐버노 인준은 공화당 vs 민주당의 물러설 수 없는 ‘난투극’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캐버노 지명자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세 번째 피해자가 등장해 ‘진실과 거짓’ 공방으로 미국 사회가 둘로 쪼개지고 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시도 건 등에 대한 별도의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의혹은 나에게 모두 거짓말처럼 들린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나를 겨냥해 제기된 성추행 혐의가 많았고, 그로 인해 달리 생각하게 됐다”며 “현재 제기된 의혹들은 민주당이 만든 사기극(Con game)”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6년간 잠잠해 있다가 갑자기 소문이 생기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상원의원들은 사려가 깊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니 훌륭한 신사(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품성을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도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은 줄리 스웨트닉이란 여성이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성범죄 피해 현장에 캐버노 지명자가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스웨트닉은 지난 14일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51) 팰로앨토대 교수와 23일 데버라 라미레스(53)가 캐버노 지명자의 성범죄 의혹을 폭로한 데 이은 세 번째 고발자다. 스웨트닉은 1982년 고교 시절 때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약을 탄 술을 먹게 한 뒤 무방비 상태의 소녀들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는데, 현장에 있던 남학생들 중에 캐버노 지명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다만 스웨트닉은 캐버노가 직접 성폭행에 가담했다고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26일 공동명의로 “연방대법원 판사의 도덕적 기준은 일반인의 그것보다는 훨씬 높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나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촉구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친트럼프 진영과 공화당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좌파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인종차별과 성폭행 의혹을 들먹여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를 낙마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버노 대법관이 인준되면 연방대법원은 보수 5명 대 진보 4명의 구도가 된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991년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나선 애니타 힐에게 공화당 남성 의원들이 인준에 찬성해 이듬해 중간선거에서 여성 표 대거 이탈로 패배했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청문회에서) 증거가 나올 경우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고 이날 언급했다.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법사위원장도 27일 열릴 청문회에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카운티 소속 레이철 미첼 여성 검사를 내세워 캐버노 지명자를 추궁하기로 했다. 인준 표결은 28일 예정된 상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