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앤티크 골프 이야기>실버클럽, 샤프트에 우승자 이름 새긴 실버볼 ‘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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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룰 최초적용 공식대회 트로피로 제작

273년 전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 인근의 초원. 왕실 전용이었던 리스 골프장에 11명의 골퍼가 모였다. 골프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명칭이 붙은 대회가 열린 것이었다. 이른바 실버클럽으로, 바로 전년도인 1744년에 성문화된 최초의 13조항 골프룰을 적용한 첫 공식 대회였다. 이 대회는 수십년간 지속됐다.

놀랍게도 당시 골퍼들은 우승 트로피까지 만들었다. 에든버러시가 대회에 기증한 은제 트로피였는데 모양은 골프클럽의 형태였고, 우승자의 이름을 은으로 제작한 골프공에 새긴 다음 샤프트에 매달았다. 클럽을 트로피로 만든 것은 1709년부터로 스코틀랜드에서 양궁 우승자에게 활 모양의 은제 트로피를 수여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첫 대회의 우승자는 의사이면서 양궁대회에서도 우승했던 존 라트레이였다. 초대 챔피언이었던 그는 북을 치며 에든버러 시가지를 행진하는 영광과 함께 1년간 에든버러골프클럽의 캡틴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볼이 제일 먼저 실버클럽에 걸렸고, 이후 대회는 수십년간 계속되면서 우승자의 이름은 은으로 만든 볼에 새겨진 채 매년 은제 샤프트에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이 은제 클럽 트로피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위치한 영국박물관에 잘 보관돼 있고, 오늘날의 골퍼들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물이다. 최근에는 라이더컵이 미국에서 개최될 때마다 영국팀 주장이 발할라골프장 등 미국 개최 골프장에 복제품을 기증하고 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