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촌·원주캠퍼스 통합 갈등 확산

교육부 대학 진단평가 발표서
원주캠퍼스 역량강화대상 지정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 불가피
김용학총장 통합 추진 이메일
신촌 학생들 강력 반발 분위기

연세대가 신촌캠퍼스(본교)와 원주캠퍼스(분교) 통합 논의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원주캠퍼스가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돼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연세대는 해결책으로 신촌캠퍼스와의 통합을 검토 중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촌캠퍼스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2일 연세대에 따르면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난달 27일 원주캠퍼스 학생들에게 원주캠퍼스 혁신 방안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김 총장은 이메일에서 “신촌캠퍼스와의 중복학과 해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본교·분교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 캠퍼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문장이 통합 갈등에 불을 붙였다. 연세대는 정부 발표 이후 원주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개혁 방안을 논의했고 캠퍼스 통합은 주요 아이디어로 거론됐다.

신촌캠퍼스 학생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중앙도서관 입구엔 지난달 28일 자신을 정치외교학과 15학번 정준혁이라고 밝힌 학생이 작성한 대자보가 붙었고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 씨는 대자보에서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의 피와 땀을 과도하게 저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커뮤니티에서도 2일까지 김 총장의 이메일 내용을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한 학생은 “신촌캠퍼스를 졸업해도 원주캠퍼스 출신으로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통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글도 줄을 이었다. 원주캠퍼스에서조차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통합 논의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통합 논의를 진행했던 원주혁신위원회는 당황한 분위기다. 혁신위원장인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부 평가 이후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어떤 대학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온 방안이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캠퍼스의 통합을 검토해 보자는 운만 띄웠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신 위원장은 또 실제로 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선 양 캠퍼스의 중복학과 정리, 원주캠퍼스 역량 강화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기에 단기간 내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통합의 전제 조건과 장단점을 차분히 논의하기도 전에 반발이 거세졌다”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