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무급·흙투성이 이불… 英 현대판 노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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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서 50代 남성 구조
난방 안되는 반평 헛간 생활
英전국에 13만명 이상 추정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주에서 40년 동안 ‘현대판 노예’로 살아왔던 50대 남성이 구조됐다. 영국에서 무급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사람이 1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가 거주했던 비참한 생활상(사진)이 공개되면서 영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불법 외국인 노동자 악덕 고용 및 노동착취 당국(GLAA)’은 이날 새벽 국가범죄수사국(NCA), 컴브리아 주정부, 컴브리아 경찰과 합동으로 컴브리아주의 한 주거지역을 급습해 수십 년 동안 무급으로 노동을 착취한 혐의로 A(79) 씨를 붙잡았다. 노동을 착취당한 이는 B(58) 씨로 헛간에서 잠든 채 발견됐다. 마틴 플리머 GLAA 선임 조사관은 BBC에 “헤드라이트를 비췄을 때 B 씨는 마치 한 마리 토끼 같았다.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반 평 남짓한 헛간에 있는 것이라곤 철제 의자 하나와 흙투성이 이불이 전부였다. 곧 다가올 겨울을 견딜 그 어떤 난방 기구도 없었다.

B 씨는 16∼17세 때부터 40여 년간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도 받지 못했던 B 씨가 유일하게 쉴 공간은 잠을 자기에도 좁은 2㎡ 정도의 헛간이었다. 플리머 조사관은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B 씨는 현재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있다. 플리머 조사관은 “트라우마를 겪어왔을 것이다. 그의 신뢰를 되찾는 것은 더딘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오랜 기간 노예로 지낸 이를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다룬 사건 중 가장 긴 기간 동안 착취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극도로 슬프고, 심각한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발표된 글로벌노예지수(GSI) 자료에는 “올해 영국에서만 13만6000여 명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언급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