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백 의존한 재판 피해자 많아… 재심요건 완화 필요”

형사정책硏·무죄네트워크
‘재심제도 개혁’ 토론회 개최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째 교도소에 복역 중인 김신혜(여·41) 씨에 대해 재심이 확정된 가운데, 법원의 오판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무죄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재심제도 개혁 대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재심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강력 범죄 540건의 사례를 분석해 “피고인이나 공범의 허위자백, 피해자·목격자의 오인 진술 등이 판단 차이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강도 살인사건은 피의자가 거짓 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16세이던 다방 커피 배달원 최모(34) 씨는 경찰의 폭행을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고, 사건 3년 뒤 진범이 붙잡힌 뒤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무려 10년 동안 복역해야 했다. 최 씨는 2010년 만기출소했지만 재심을 청구해 지난 201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일본의 오판구제와 재심 그리고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오판의 원인으로 불충분한 수사와 허위 자백에 대한 의존이 지적되고 있다”며 “증인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 또한 오판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오판 구제와 방지를 위해 법 실무자와 학자는 물론 입법부·시민단체·언론 등 다양한 직역이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