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 “팬들에 항상 새롭게… 작품마다 변신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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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란체스카役 차지연

“평소 수줍음 많이 타는 성격
작품속 여주인공과 꼭 닮아
감정 삭이는 연기 편안했죠

박은태와 함께 고생한 사이
상대역으로 만나니 더 감격

빚 많던 과거… 연기는 기적
하지만 그것이 나를 만든 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의 배우 차지연(사진)은 몸이 작아 보였다. 그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다. 무대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 보였다. 실제 키가 172㎝로 여배우 중에서 큰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는 이전과 달랐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상영 중인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 뒤 대기실에서 지난 5일 만난 차지연은 이렇게 설명했다. “무대에서 기운을 쓰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마타하리’ ‘드림걸즈’‘레베카’ 등처럼 내뿜는 기운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서는 거기에 맞게 모든 동작을 크게 하려고 무던히 애썼지요. 이번 작품에서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안으로, 안으로 들여야 하는 캐릭터니까요.”

차지연은 자신이 겉보기와 달리 수줍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주인공 프란체스카를 통해 자신의 본래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원작 소설이 있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군인 남편을 만나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 온 여성 프란체스카. 10대 아들과 딸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꾸려 가던 중에 우연히 취재 여행을 온 사진작가 로버트를 만나서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프란체스카는 함께 떠나서 새 삶을 살아보자는 로버트의 제안에 크게 흔들리지만, 결국 남아서 가족을 돌보는 현실을 택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차지연(왼쪽)이 상대역인 박은태와 춤을 추고 있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은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해 호평을 얻었다. 쇼노트와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두 번째 공연을 준비해 오는 28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프란체스카 역으로 차지연, 김선영을 더블 캐스팅했고,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강타가 함께 맡았다. 뮤지컬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박은태는 초연 때도 참여했다. 아이돌 그룹 H.O.T 출신인 강타는 뮤지컬에서 첫 주연이다.

“강타 씨의 로버트는 설렘이 가득한 첫사랑 느낌이라면, 은태의 로버트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품어줘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랑이지요.”

차지연은 박은태를 그냥 ‘은태’라고 불렀다. “은태랑 주연 배우로 만나서 함께 공연하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해서 울컥할 때가 많아요.”

올해 서른여섯 살인 차지연은 한 살 위인 박은태를 14년 전에 처음 만났다고 했다. 지난 2004년, 두 사람은 한 기획사의 가수 지망생이었다. “유명 가수들 코러스를 페이도 못 받고 할 때였지요. 우리는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어야 했어요. 그러다가 2006년에 뮤지컬 ‘라이온 킹’ 오디션에 함께 합격했어요. 일본 연수도 같이 다녀온 후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는데, 바로 이 극장이었어요. 12년 뒤에 이렇게 무대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나오니까….”

차지연은 박은태와 연기관이 같다고 했다.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바로 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사랑하는 이들처럼 보인다. 극 중에 이별할 때, 두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관객도 가슴이 아릿해진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만큼 몰입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극 중 캐릭터와는 달리 차지연은 실제로는 결혼 4년차로 행복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배우 출신으로 지금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연기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를 생각하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차지연은 결혼 직전까지도 부모의 빚과 더불어 살았다고 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기에 저만 힘들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숨길 일도 아니기에 말씀드려요. ‘깨어진 가정’에서 자란 저는 (사업에 실패한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고교 때부터 일하면서 동생을 챙겨야 했습니다. 빚이 빚을 낳아서 끊임없이 갚아야 하니,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무대가 절박했지요. 되돌아보니, 그게 제가 연기하는 원동력 중의 하나였던 듯싶습니다.”

그는 결혼 후에야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하하, 웃음소리를 냈다. “남편과 함께 이 돈을 잘 모아서 나중에 저처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돕는 데 쓰자고 말했어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설렘이 큽니다.”

차지연은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5연승을 하며 화제를 모은 이후 브라운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초대된다. 그는 그러나 TV 카메라보다는 관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익숙하고 좋다고 했다.

“저는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엄청나게 고민합니다. ‘광화문 연가’ ‘노트르담 드 파리’ 출연 결정을 할 때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으로 엉엉 울었을 정도입니다. 새 작품을 선택할 때 이전 작품과 겹치지 않는 캐릭터이길 바랍니다. 늘 새롭게 도전해 제 스펙트럼을 넓히며 팬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엔 어떤 역할로 놀라게 해 줄까 기대를 품게 하는, 또 뭔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