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밭농사 시행착오 많았는데… 6차산업 배우니 이젠 자신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의 스마트팜 교육체험장에서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생들이 토마토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청년농부사관학교 가보니

해외유학파·전문직 등 20명
6개월간 숙식하며 교육받아

주택·농지구입 등 4억 지원
컨설팅·농업교육·판로개척
인문학에 악기 연주도 지도
드론조종 자격증 획득도 추진

“기업가형 농민 육성이 목표”

“양액기는 산성, 중성, 알칼리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EC는 전기가 통하는 정도를 말하고, PH는 급액을 말하는 겁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의 스마트팜 교육체험장. 스마트팜 시설개발·설치회사인 하나로팜의 정돈우 부사장이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이론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는 “스마트팜 1세대가 원격 온·오프 시대라면 2세대는 빅데이터 수집·분석 단계이고, 3세대는 알고리즘 개발 단계이며, 나아가 4세대는 추론까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며 에코팜과 제품의 주요 특징 등에 대한 강의를 이어갔다. 그 사이 교육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노트에 받아적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센터 개원 이래 처음 모집한 40세 이하 청년 농부 지원자들로 지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이곳에서 먹고 자며, 농업·농촌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임창덕 부원장은 “다른 데는 농업생산기술과 관련해 사과면 사과를 어떻게 해야 당도가 높고 빨갛게 하며, 병충해를 예방하는지, 그런 거에 포커스를 둔다면. 우리는 마케팅, 디자인, 브랜드, 가공, 농촌 융·복합 등 6차 산업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교육과 컨설팅, 그러니까 컨설팅하면서 교육도 하고 판로도 지원하는, 이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이곳에서 교육하는 대상은 청년농부 지원자뿐만이 아니다. 기존 농민도 있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곳의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생들은 대학 졸업은 물론 해외 유학파도 있고, 전문 직업을 가졌던 이들도 있을 만큼 교육수준이 높다.

임 부원장은 “자기가 시장조사도 할 수 있고 시제품 가지고 마케팅도 할 수 있는 기업가형 농민을 키우는 게 목표”라며 “그래서 발표 기법이라든지 문화 인문학적 감각까지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인문학적 소양에 악기 교육 등 예술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현재 교육받고 있는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생들의 평균 나이는 34세다. 이들에게는 정책자금으로 주택과 농지 구입자금 등 4억여 원이 지원된다. 앞으로 드론조종사 자격증과 팜파티 플래너 자격증 획득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의 교육과정이 특히 더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금융과 유통 등 기존의 잘 닦아진 농협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5명의 전담 교수는 “‘청년을 믿는 것은 미래를 믿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교육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꿈꾸는 노력을 가르친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에서 온 교육생 김동규(35) 씨는 “호텔 조리를 전공하고 6년여간 3000여 평의 밭농사를 했는데, 시행착오가 많아 배움이 절실했다”며 “교육을 마치고 나가면 생산자조합 등을 꾸려 6차 산업을 해서 나도 잘살고, 지역사회에 기여도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광주시에서 온 방재원(28) 씨는 “일본 유학 후 무역업을 했는데 농지가 800평 생겨 가족 대표로 들어왔다”며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CEO가 된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지만 청년농부사관학교 1기로서 길을 잘 닦아놓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성=글·사진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