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현장실습 갔더니… 여름내내 청소·커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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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뒤 취업도움 원했지만
필수학점이라 항의도 못해
대학은 학점때우기로 운영

지도 않고 허위보고서 작성
현장방문했다며 돈까지 타내
법원, 담당교수 벌금刑 선고

올해 1월 경북 지역의 한 공업사에 취직한 강모(26) 씨는 지난해 7월 참여했던 현장실습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경북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강 씨는 전공과는 상관없는 빗자루질과 커피 타기 등 잔심부름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 강 씨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습 기간인 여름 내내 빗자루질만 하다가 끝나버렸다”며 아쉬워했다. 대학의 이러한 ‘대충대충’ 현장실습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졌다. 현장실습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학교 측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학점 때우기식 수업을 지속했고, 학생들 또한 졸업을 위해 반드시 현장실습을 이수해야 하는 만큼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온 대학사회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현장실습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실습지도비까지 받아내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전문대학 기계과 김모(61) 교수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대학 규칙에 따르면 현장실습 담당 교수는 산업체의 교육 실태 파악과 학생지도를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야 하며 그 결과를 학과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학과장은 보고서와 함께 실습기관에서 작성한 평가표와 출근부 등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학점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현장실습은 필수이수과목으로 총 2학점이 책정됐다.

김 교수는 대학규칙을 무시하고 지난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캐나다로 출국해 현장실습 산업체 순회지도를 하지 않고도 6개 업체를 직접 방문했다는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학과장에게 제출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허위 결과보고서를 만들고 실습지도비를 챙겼다. 김 교수는 “관행에 따르면 현장실습 기간 중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실습 종료 후 방문하거나 담당자와 전화로 협의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며 “단지 방문 일자를 임의로 기재하는 잘못을 저질렀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령 그러한 관행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습 기간 후의 방문이나 전화 협의에 따른 순회지도는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며 “학과장이 학점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되도록 결과보고서에 사실대로 기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