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소액연체 구제’ 유명무실

대부업체 참여 고작 28.6%뿐
부실 채권 헐값 매입에 거부감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신용지원 협약에 대한 대부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체자 구제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부업권 장기소액연체자 신용지원 협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해당 협약을 진행 중인 대부업체 273곳 가운데 28.6%에 해당하는 78곳만이 협약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원금 1000만 원 이하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 완료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를 지원하기 위해 장기소액연체자지원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일선 금융기관들과 채권 매각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 매각 대상 기관 중 대부업체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이들 대부업체의 채권 추심 대상자들이 지원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대부업체는 71.4%에 달하는 195개 업체로, 이들 업체가 보유 중인 채권에 대해 장기소액연체자 신용지원을 신청한 인원만 현재 1625명에 달한다. 이 중 한 업체에는 243명에 달하는 신청자가 접수하기도 했다.

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체의 평균 부실채권 매입 가격은 채무 원금의 약 10% 수준인 반면, 정부의 협약에 따라 캠코에서 제시하는 채권의 매각가액은 2∼3%로 대부회사 채권 매입 가격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대부업체는 재산상의 손실 등을 우려해 협약 참여에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이들 부실 채권을 지나치게 헐값에 매입하려 하고 있어 대부업체들이 협약을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 의원은 “1명이라도 장기소액연체 신용지원을 신청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지원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를 비롯해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기관과 끈질긴 협의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