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방송연기자도 근로자”…단체교섭권 인정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방송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단체도 노동조합으로 인정돼 단체교섭권을 갖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분리 재심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연기자들의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6개의 주요 요소 중 소득의존성 요소나 전속성 요소가 강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88년 설립된 한연노는 탤런트와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5000여 명이 속해 있다. 이들은 2012년 KBS와 출연료 협상을 하던 중 중노위가 연기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별도의 단체교섭도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소송했다.

1심 재판부는 연기자들은 특별한 방송국에 전속되지 않은 채 프로그램별로 자유롭게 출연계약을 맺고 있고, 근로소득세 징수 대상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속한 한연노도 노조가 아닌 이익집단에 불과해 분리교섭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방송연기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방송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단체도 노조법상 인정되는 노동조합으로 봐야 하며,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할 자격도 있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정유진 기자 y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