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에 잇단 ‘옐로카드’… 중간선거 이후 對北정책 변화 가능성

국무부 등 “책임감” 강조
트럼프 “지켜보자” 의미 주목
선거 이후 엇박자 커질 우려

미국 정부가 철도·도로 착공식 진행 등에 합의한 남북 고위급회담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는 등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연일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받아내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5일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한 질의에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한국 정부에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연일 한국의 남북 경제 협력 추진과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경고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미 재무부는 이례적으로 국내 은행과 화상회의를 열고 대북제재 준수를 강조한 데 이어 대북제재 대상 명단에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남북 경제 협력을 명분으로 한국 기업이나 은행이 대북제재를 어길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맞추라는 거듭된 요구를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무시하고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 등에만 가속도를 내자 동맹국인 한국에도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대북 정책이 강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CBS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신뢰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며 여지를 남겨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