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차등의결권 도입, 상법 개정이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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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이 지난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창업 벤처기업에 한해 우선 도입한다 해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특정 주주의 경우에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도면, 상법 제정 후 56년간 유지돼 온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소버린이나 칼 아이칸 등 외국계 대형 투기자본들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한 후 거액의 주가 차익을 실현할 때마다 국내 기업들에도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poison pill), 황금주 등을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런데도 총수 일가의 지배권만 강화한다는 반대 논리에 막혀 번번이 입법화에 실패했다. 그 반대의 주체였던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니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입법안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통상적으로 이용되는 경영권 방어 방법 중 차등의결권 제도만 도입한다. 둘째, 상법이 아닌 특별법에 특례 규정을 둔다. 셋째, 창업 벤처기업에만 허용한다.

세계 각국이 일반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 방법 중 포이즌필과 황금주 제도는 제외하고 차등의결권 제도만 도입하기로 한 것은 나름 설득력 있는 방안이다. 포이즌필의 경우 회사에 손해를 보이면서까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설령 성공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형사상 배임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배임죄에 대한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 기술상으로 포이즌필 제도를 배제한 것은 효율적인 선택이다. 황금주 역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건 아니지만, 특정 주주가 특정 사안에 대해 절대적 결정권을 갖게 돼 다수결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에는 적합한 제도가 아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다수의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우선 도입키로 한 것은 입법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둘째와 셋째의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상법 아닌 특례법에 규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 제도 도입의 걸림돌이 됐던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대 문제 역시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 요건 때문에 사실상 기우(杞憂)에 불과할 수 있다. 더욱이 특별법에 특례의 형태로 인정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이 심각한 침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차등의결권 제도를 적용하다가 특별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는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경영상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업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것 역시 공연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8대 선도 기업에 2022년까지 모두 3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거나 투자한 창업 벤처기업에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입법은 보편타당해야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상법을 개정해서 세계 각국과 같은 제도로 도입하는 게 정도(正道)다. 다만, 순차적 도입을 전제로 한다면 최소한 그 적용 대상 기업이라도 확대해야 불신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