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탈북민 기자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배제’에 脫北단체들, 통일부 규탄·조명균 장관 해임 요구

오늘 국회 기자회견 열고 항의

국제언론인協 “언론자유 침해”
한국기자協은 “상황 지켜볼것”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를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단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과 관련, 국내외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결정은) 귀하의 정부가 지키겠다고 약속한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새로운 선례를 세워 앞으로 북한이나 남북대화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조용하게 만들려 시도할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IPI는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단체로, 세계 180여 개국의 언론 상황을 점검해 매년 언론자유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17일 “통일부 기자단에서 우려 표명을 했기 때문에 별도 입장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으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기자협회보 1면 톱기사로 “통일부가 탈북민 기자의 남북회담 취재를 일방적으로 불허해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언론학계에서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는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상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와 평등을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며 “정부가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고 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희망이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탈북단체총연합에 소속된 북한민주화위원회, 탈북자동지회, 북한전략센터 등 30여 개 단체는 ‘탈북 기자 차별 사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비대위는 이르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민 출신인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를 남북고위급 회담 취재단에서 배제한 통일부를 규탄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어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는 즉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학 북한인권탈북단체총연합 상임대표는 “통일부의 이번 결정은 3만3000명의 탈북자를 3등 국민으로 만들어버린 불합리한 처사”라며 “탈북자들이 한국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통일부가 오히려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도 전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남남갈등을 치유해 한반도 통일에 이바지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막아선 것에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김구철·손우성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