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재감리도 ‘고의 분식회계’ 결정한 금감원의 논리적 모순

‘에피스 종속사 인식은 잘못’
첫 감리서는 문제 삼지 않아
관계사 변경했는데도 “위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과 관련해 재감리를 마친 금융감독원이 기존대로 ‘고의적 분식회계’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이 잘못(회계처리 위반)됐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바이오에피스를 설립 당시부터 종속사가 아닌 관계사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상충되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 5차례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일관된 회계처리’를 강조했고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종속사로 인식한 것이 잘못됐다고 인식했으면서도 첫 감리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의 허술한 감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19일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알리는 조치안을 삼성바이오와 외부감사인 측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의 회계 위반과 관련해 2012∼2014년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인식한 것은 ‘고의가 없는 중과실’로, 2015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것은 회계처리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회계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논리적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관계사로 인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면 삼성바이오가 2015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것은 잘못된 회계를 바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둘 다 문제 삼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재감리 결과와 달리 지난 6∼7월 두 달에 걸쳐 진행된 증선위에서는 금감원이 일관된 회계처리를 중시하고 2012년 회계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면서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감리 능력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증선위 의사록을 보면 금감원은 지난 6월 7일 회의에서 “2012년부터 (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사)로 했으면 일관되게 연결로 하고 처음에 지배력을 공유(관계사)했으면 계속 공유로 가든지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면서 “처음에 내린 지배력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