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北 환전상 ‘돈데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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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지난 10일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하자, 북한 돈데꼬 왕초들로부터 연락이 빗발쳤다”고 중국 옌볜의 한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돈데꼬’는 북한의 비공식 환전상을 일컫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거주권 중매인을 ‘집데꼬’라고 하는 등 거간 혹은 중매인을 ‘데꼬’라 하는데, 이는 ‘도와주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데코(手子)’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이들 돈데꼬 중에서 왕초급은 중국 등 외부 세계를 통해 달러와 위안화의 환율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과거엔 주로 북한 원화를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 등 외화로 환전해 주면서 높은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챙겼는데, 최근엔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는 등 국제 환시세에 맞춰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달러와 위안화가 자기네 화폐처럼 일반화하고 있다. 말이 화폐 교환이었지 사실상 구화폐를 무효화시킨 조치였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과 북한 돈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장마당에서 해바라기 씨를 파는 할머니조차 달러로 받고, 거스름돈을 북한 원화로 내줄 정도다. 그리고 장마당 거래를 통해 거액의 북한 돈이 모이면 이를 달러나 위안화로 환전해 보관한다. 달러의 공식 환율은 1 대 100원이나, 현재 암시세는 달러당 8000원을 웃돈다. 위안화는 1위안당 12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함경남·북도, 평안북도, 양강도 등 북쪽 지방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평양 등 남쪽 지방에서는 미국 달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북쪽 지방에서도 점차 위안화보다 달러를 선호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신흥자본가 ‘돈주’들이 보관·저축용으로 위안화보다 액면 가치가 높고 부피가 작은 달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란 분석이 번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돈데꼬 대상 범죄도 늘고 있다고 한다. 과거 한국에서 명동 암달러상이 범죄 표적이었던 것처럼, 이들을 노린 강도·절도 사건이 빈발하는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길 수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처지를 노린 범죄다. 그러니 왕초급들은 사설 경호원까지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