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면담 버금가는 55분… 교황, 文에 ‘특급 대우’

세계 주교 시노드 기간이지만
文대통령 만남에 긴시간 할애

트럼프 작년방문땐 30분 그쳐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서 역대 교황과 외국 정상 간 최장 면담 시간에 육박하는 시간을 할애받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 청와대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교황청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고, 면담은 약 55분간 이어졌다.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진행되고 있지만, 면담 시간도 오전이 아닌 정오로 잡혔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해 오전에 30분 정도 교황을 만난 것과 비교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대우는 파격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면담 시간은 지난해 교황과 개별 국가 정상 간의 최장 시간 면담 기록으로 화제를 모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57분에 버금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도 50분간 만나는 등 역대 교황들에 비해 면담을 길게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 대통령은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창동계올림픽,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메시지를 내는 등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온 바 있다.

교황과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교황청의 양해를 구해 우리 측이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교황 간의 대화 통역은 교황청 관료조직인 쿠리아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 사제인 한현택(36) 신부가 맡았다. 앞서 1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직접 주재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청와대는 교황청 방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책이 한 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로마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