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대통령 뜻 헤아려 소신 저버린 환경장관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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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계속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야당은 도덕성은 물론, 환경 분야 관련 지식과 경험을 놓고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조 후보자가 새만금 개발 사업에 대해 “내가 아직 취임을 안 해 적극 검토한 바 없다”고 답한 게 화근이 됐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이미 자기 철학을 밝힌 바 있다. 2012년 5월 ‘환경정의: 한국적 환경정의론의 모색’ 논문을 통해 ‘새만금 간척 사업은 무리하게 추진된 국책사업이자, 개발수요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생태계가 파괴돼 미래세대에 환경 부정의(不正義)를 범하게 된다고까지 ‘명쾌하게’ 정의했다.

그는 이처럼 대학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면서 토건(土建·토목과 건축) 사업에 일관되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지켜보는 인사청문회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만금 매립 속도를 더 빠르게 진행해 동북아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배치되자 입을 다물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입각 절차를 밟게 되자 정책 소신과 방침을 유추할 수 있는 질문에 갑자기 자물쇠를 채운 조 후보자를 두고 야당은 “‘지금 봐도 새만금은 매립하지 않았던 게 좋았다’고 당당히 밝힌 현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김은경)보다 못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조선의 명재상이자 청백리인 황희는 한때 부정부패 혐의로 영의정이 되지 못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매관매직을 주도하고 땅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제수 반대 상소에 시달렸다. 세종은 이 같은 반대를 뿌리치고 황희를 전격 기용했다. 평소 쓴소리를 잘하는 황희가 국사를 펴는 데 있어 ‘견제자 역할’을 가장 잘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반론’이 궁금하다.

이해완 사회부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