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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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핵가족화와 도시화·고령화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인생의 길벗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더러는 재혼이나 준혼(準婚)으로 반려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과 작반(作伴)하기도 한다. 요즘은 인생 동반자로 반려식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동물보다는 소극적이고 일방적인 반려자 관계이긴 하지만, 반려인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식물을 집에 들이고 애정을 쏟는다. 외로움을 서로 나눈다기보다는 정성을 들여 가꾸고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과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다.

예전부터, 방으로 들여와 가까이 두고 기르던 반려식물을 꼽자면 동양화의 네 주인공 사군자가 으뜸이다. 대나무를 제외한 매화·난초·국화는 문인들의 서재나 집필실을 지키며 정신적 위안이 돼 주었다. 매화의 벗으로는 퇴계 이황 선생이 유명하다. 타계하기 직전 저 매화에 물을 주라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 임종 직전 자신도 모르게 설사를 했을 때는 매형(梅兄) 보기 송구스러우니 매화 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퇴계 선생의 지극한 매화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난초를 벗 삼은 문인을 꼽는다면 가람 이병기 선생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다고 한 그는, 고서 몇 권과 술 한 병 그리고 난초 두서너 분(盆)이면 삼공(三公)이 부럽지 않다고 했을 정도로 생전에 난초를 아꼈다. 가을 축제의 ‘VVIP’ 국화도 반려식물로 사랑받는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생전에 국화를 가까이 두고 감상했다. 백국화 한 분을 서실로 모셔 놓고 ‘축민(逐悶) 선생’이라고 했다는 글이 잘 말해 준다. 반려식물은 벗이자 심리치료사요 삶의 동반자라 할 만하지 않은가.

예전과 달리 요즘의 실내 식물 키우기는 노소가 따로 없다. 홀로 된 고령의 어르신에서부터 원룸 생활하며 혼밥 먹는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반려식물의 종류도 종래의 난초류에, 행운목·금전수·개운죽·사랑초 같은 축원(祝願) 식물이나, 벤자민·파키라·오렌지·재스민 같은 외래종에서 선인장류 같은 공기 정화용 다육식물까지 다양하다. 더러는 꽃을 보면서 위안 삼고, 또 더러는 푸른 줄기와 이파리를 손질하며 정을 쏟기도 한다. 식물엔 인간이 발이 돼 주고, 그들은 인간에게 정신(淨神)을 선물한다.

퇴근길에 국화 한 분 모셔다 풍찬노숙해온 내력이나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