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꿈 책’ 만들며 미래 그리기… “‘中2병’ 마법 같이 치유했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명옥(왼쪽) 신창중 교사가 31일 자신의 꿈을 표현해 책으로 만들어내는 ‘꿈 책 만들기’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책에 자신의 미래를 색연필로 그리거나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표현하고 있다. 강명옥 교사 제공

강명옥 서울 신창中 교사

사춘기 겪으며 반항·일탈
진심으로 다가가서 대화
학생도 마음 열고 받아줘

저소득층 아이들과 동아리
부적응 학생과는 외부활동
“미래 위해 작은씨 심는 것”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사춘기의 ‘중2병’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밝게 자라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엇나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제자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면 뒤늦게라도 밝게 자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죠.”

강명옥(48) 신창중 교사는 2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베테랑’ 교사다. 1993년 중학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뒤로 서울에서만 공항중, 선린중, 장위중 등을 거쳤다. 학교에선 동료 교사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풍부한 교직 경력과 노하우를 쌓았다. 하지만 무조건 경력이 길다고 학생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이 쉽진 않다고 토로했다.

강 교사는 “늘 학생들은 지난해와 다르게 새롭고 교사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아 많이 당황한다”며 “경력교사는 이전보다 당황하는 모습이 줄어들고 아이들과의 소통방법을 찾는 데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짧아질 뿐 매번 그 과정 자체가 수월하진 않다”고 말했다.

강 교사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사춘기, 중2병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중학교 때 아이들은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라면서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했을 때 아이가 밝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마법 같은 경험”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아이들과 긍정적으로 소통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던 ‘비법’을 묻자 그는 ‘일관성 있는 태도’를 꼽았다.

“중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교사가 일관성이 없으면 금세 학생의 마음을 잃게 되죠. 때론 단호하면서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가 학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시기는 학생과 교사 간에 진심 어린 이해와 공감이 없다면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되는 마치 ‘거품’ 같아서 그 해가 지나면 모두 잊힙니다.”

그래서인지 강 교사가 진심으로 가르쳤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 찾아오는 일이 잦다. 중학교 시절 부모에게 반항하고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한 학생이 “지금은 선생님 덕분에 가정의 울타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하러 찾아오기도 했다.

“그 학생은 위탁가정에서 자랐는데, 중학교 시절 사춘기를 겪으며 본인이 남들과 다른 환경에 놓였다는 걸 알게 됐죠.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나는 다르다’는 생각에 늘 가정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위탁부모에게 반항하기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갖게 됐죠. 결국, 학생의 부모는 위탁 포기 의사를 제게 전달했습니다. ‘큰일이 났다’는 생각에 저는 제자를 찾아갔는데 이 학생은 ‘위탁 아동으로 부모와 집에 사는 건 얇은 끈 하나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불안한 감정을 드러내더라고요. 이를 어머니께 전달했더니 그제야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의 상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며 화합할 수 있게 됐어요.”

얼마 전엔 재학 중인 학생이 벌써 성인이 되면 꼭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일도 있다. 이 학생은 대뜸 강 교사를 찾아와 “여전히 산만하고 빈틈이 많은 저를 사랑으로 채워주시고, 용기를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나중에 멋진 성인이 돼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학생들은 주로 가정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방황하거나 선생님께 ‘SOS’ 신호를 보내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대화를 거절하지 않고 버팀목이 되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 교사는 교내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 교사들과 아이들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창중은 서울 노원구에 있지만, 지역적으로 4개 구가 인접한 가장자리에 있어 교통이나 도로여건도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많은 복지 우선 대상학교다. 저소득층 학생이 68명으로 18.5%에 달한다. 부모들이 경제활동에 분주해 자녀들을 보살필 여유와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교사들이 ‘세로토닌 드럼 클럽’ ‘배구동아리’ 등 상설동아리 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강 교사는 아이들이 책 속에 자신의 미래를 표현하는 ‘꿈 책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더 속 깊게 꿈에 관해 대화하는 걸 즐기고 있다.

강 교사는 이 같은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점도 좋지만, 저 역시 학생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 교사는 ‘당장보단 미래를 위해 씨를 심자’는 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 꾸지람에 분노하고 삐뚤어지는 학생들에 실망해선 안 되며 한참 뒤 미래를 위해 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제가 야단을 치면 그 순간에 분노하는 학생들이 참 많아요. 대부분 교사는 그 모습에 실망하고 학생들을 포기할 수도 있죠. 근데 꾸지람이나 호통에도 애정이 깔려있다고 학생이 받아들이는 순간 교사의 진심만은 아는 것 같아요. 그 진심이 결국 언젠가는 학생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작은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눈앞의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학생을 위해 작은 씨를 심는 사람이 바로 교사인 것 같습니다.”

김기윤 기자 cesc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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