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기 하강 막을 새 경제리더십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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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난 9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진 98.6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면서 사실상 한국 경제는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산업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3% 내려갔으며 2013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전월보다 2.2%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동안 가장 크게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9년 한국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상반기만 하더라도 성장세를 이어갔던 세계 경제 역시 주춤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유가 상승,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의 불안 등 세계 경제의 악재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 호황에서도 낙오됐던 한국 경제는 이제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에서 강대국의 슈퍼 보호무역주의로 사면초가다. 한국 경제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여줬던 복원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것도 큰일이지만, 복원력을 잃어가는 것은 더 큰 일이다.

2019년, 한국 경제가 복원력을 잃고 표류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소득주도성장정책에서 탈피해 혁신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 주도 성장정책에서 시장 주도 성장정책으로 갈아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투자·생산·소비의 선순환을 창출하기 위해서 혁신 기반 성장이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됐던 주력 산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혁신 성장이 절실하다.

혁신주도 성장을 이뤄내려면 경제 정책의 방향과 기조 역시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한국 경제의 오랜 숙제인 노동 개혁은 물론 구조조정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최근 원활한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 역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기술 중심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고 온 경제팀도 교체해야 한다는 경제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경제팀 내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혁신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경제 주체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선을 이룰 수 있는 강력한 경제팀만이 대내외적으로 직면하고 경제 현안들을 풀어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개혁을 주창하고 있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사회 개혁의 다양한 과제가 우리 앞에 쌓여 있다. 한국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산적해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경제 우선주의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경제살리기에 올인할 때다. 그리고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복원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올해가 경제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