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히잡을 쓰고 운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보수주의자 반대 더 커질 전망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가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사회적 개혁 역시 암초에 부딪혔다. ‘빈 살만’표 개혁이 무산될 경우 보호자법(마흐람) 폐지 가능성이 사라지는 등 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여성들의 권리 신장 역시 크게 후퇴할 전망이다.
2일 알자지라 등 중동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가 실세로 떠오른 이후 사우디 정부는 여성들을 옥좼던 종교경찰을 줄이고 권한을 대폭 축소했으며 여성의 콘서트장, 영화관 출입 규제도 해제했다. 가장 극적인 움직임은 지구상 국가 중 마지막으로 여성 운전을 전격 허용한 것으로 이전까지 사우디 여성들은 남편의 허락을 받은 후 운전기사를 고용해 차를 운행해야 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후폭풍 속에 사우디 여성계는 최후의 억압장치로 불리는 보호자법에 대한 완화 또는 폐지 움직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보호자법이란 아버지나 남편이 여성의 취업과 이동권한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법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외출이나 여행 시 반드시 남성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고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만 취업할 수 있다. 보호자는 직장 문화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해당 여성 대신 회사 면접에 참여하기도 한다.
현지 언론 및 여성계는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이 약해진 틈을 타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동시에 사우디가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여성인권 향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종교계 원로 등 보수파 세력들은 그의 입지가 좁아질 경우 여권신장 등 일련의 개혁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일부 개혁 조치를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빈 살만 왕세자가 여론 환기 효과가 큰 여성인권 문제를 통해 이를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는 자국 인권 문제에 비판적인 국가를 상대로 무역 보복을 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지만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에는 이 같은 대응을 하기 어렵고 사우디 내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전과 같은 탄압을 지속할 경우 거센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