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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6일(火)
기생과 술집주인 변태적 性관계…日제국주의 광기 은유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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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의 제국

일본 영화사 ‘빅3’ 중 하나인 쇼치쿠(松竹)의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한 오시마 나기사(大島渚)는 군국주의 일본 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작품을 연출해왔다.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전공투) 출신의 오시마 감독은 학생운동과 반전운동이 최고조에 이르던 1960년대에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작품을 거의 매년 쏟아내다시피 했다. ‘일본의 밤과 안개’(1960), ‘사육’(1961), ‘일본춘가고’(1967) 등의 작품은 창작욕과 사회비판의 정점에 도달한 오시마 감독을 여실히 반영한다.

1960년대에만 이미 1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며 다작(多作)한 오시마 감독이지만 아마도 그의 이름을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은 1976년 작 ‘감각의 제국’(사진)일 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당시 영화 자체의 대중적 성공보다 성 재현의 수위와 노출의 화제성으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중일전쟁 직전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가 절정에 이르던 1936년에 발생한 엽기적 살인사건을 기반으로 했다. 오시마 감독은 섹스 중에 목을 졸라 상대 남성을 살해하고, 그의 성기를 절단해 간직했다는 여성 아베 사다(阿部定)를 다룬 실제 신문 기사를 읽고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나가노(長野)의 고급 술집 요시다야. 그곳에서 일하는 기생 중 한 명인 사다(마쓰다 에이코)는 주인 기치조(후지 다쓰야)에게 한눈에 반한다. 기치조 역시 사다에게 자꾸 눈이 가는 걸 참을 수 없다. 어느 날, 사다는 기치조의 아내를 대신해 그의 술 시중을 들게 되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결국 사다는 기모노를 헤집고 들어오는 기치조의 손길을 허락하고 만다. 이후 이들은 늦은 밤이 되면 술집의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관계를 갖는다. 서로에게 중독된 사다와 기치조는 점점 더 자주 관계를 갖게 되고 결국 아내의 눈을 피해 비밀결혼을 올린다.

‘공식’ 부부가 된 이들은 요시다야에서 떨어진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사랑을 나눈다. 사다가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기치조와 떨어져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도 두 남녀에겐 치명적이다. 서로의 피부와 온도를 그리워하다가 재회하면 며칠 동안 끝도 없는 정사를 벌이며 세속과 멀어진다.

나가노에서 제일 가는 호색한(好色漢)인 기치조이지만 그는 한 달여 만에 사다에게 완전히 중독된다. 가끔 아내에게 돌아가 머무는 기간에도 그는 아내와 혹은 그 누구와도 관계를 갖지 않는다. 결국 기치조는 사다의 다리 품으로 오로지 쾌락과 그다음 쾌락 사이의 공백만이 있는 작은 방으로 돌아와 세상과의 문을 닫는다. 닫힌 문 너머에서 남녀는 섹스를 넘어선 가학적인 게임을 벌인다. 목을 조르면 쾌감이 더 하다는 기치조의 요구에 사다는 매번 강도를 높여 기치조의 숨통을 누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놀음을 벌이던 남녀는 결국 세기에 남을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일상이 돼버린 게임에서 어느 날 기치조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 숨이 넘어가 버린 기치조의 주검 앞에서 사다는 망연자실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죽은 기치조를 바라보던 사다는 다른 여자와 자면 죽여버리겠다고 기치조를 위협하곤 했던 칼로 그의 성기를 자른다. 사다는 철철 넘치는 피를 받아 기치조의 가슴에 ‘사다와 기치조, 둘이서 영원히’라는 문구를 새겨넣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다가 기치조의 성기를 품고 다니다가 시나가와역 근처의 여관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뉴스 보도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촬영했지만 현상과 후반 작업, 제작 등이 프랑스에서 이뤄져 엄밀하게는 프랑스 작품으로 일본에 역수출됐다. 그럼에도 당시 일본에서 검열과 잇따른 소송으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전작에서도 그랬듯 오시마 감독은 금기된 성을 스크린에 정면 공개함으로써 일본의 광기 어린 제국주의의 절정을 변태적인 성적 집착의 절정과 병치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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