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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8일(木)
중재 5계명과 文대통령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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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1978년 9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체결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국제사회의 분쟁 중재 역사상 대표적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에서 북서쪽에 있는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재한 이 협정 덕분에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까지 4차례 전쟁을 치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1979년 3월 평화조약에 합의하게 된다. 중재의 최대 성공 요인은 카터 대통령의 ‘집요함’이었다. 카터 대통령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에게 ‘무기한’ 초청장을 보냈고, 13일간 타결과 결렬을 반복한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평화협정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협정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하고, 가자지구·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약속이 절반밖에 지켜지지 않은 것. 합의 문구의 ‘모호성’에 정상 간의 ‘원샷 빅딜’이 갖는 비(非)구체성이 더해진 결과였다. ‘톱다운’ 식 합의가 갖는 한계와 분쟁 중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북 간 ‘중재’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에게 쏟아진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판은 차치하고 국제적 중재 기준·원칙을 적용해도 문재인 정부의 현재 성적은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미국 하버드대 협상연구소는 1991년 발간한 ‘예스(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에서 ① 입장을 근거로 거래하지 말라 ②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 ③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라 ④ 상호 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⑤ 객관적 기준 사용을 주장하라는 5계명을 제시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상당수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를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문 대통령의 ‘중재’는 유엔의 ‘효과적 중재를 위한 가이드’(2012년)가 제시한 핵심 근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유엔은 △준비성 △동의 △불편부당 △포용성 △국가적 주인의식 △국제법·규범의 틀 △일관성 및 공조 등을 들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은 ‘불편부당’에서는 성적이 C 이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럽 순방에서 국제사회가 엄격 준수를 공약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한 게 대표적으로, 한국이 북한 입장에 더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유엔에서 오래 근무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외교가에서는 양측의 의견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수용하는 중재 결과에는 C를 준다고 한다. A 성적표를 받는 중재는 중재자가 자기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가치·철학을 담은 내러티브(이야기)를 창안해내는 경우다. 문 대통령은 8일로 예정됐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 연기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중재’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염원하는 대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안정을 위해 연내 종전선언과 같은 단기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C급 중재에서 이번에는 벗어나기를 바란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정치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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