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탄압 정부·부패연루 관료…‘안으로 곪는 中’

- 美무역전쟁과 함께 ‘내우외환’

“노동운동가 수십명 강제 연행”
NYT·FT 등 외신보도 잇따라

“내 뇌물사건에 100여명 관련”
종신형 받은 前고위검찰 폭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부패와 인권탄압 등으로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젊은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강제 연행과 탄압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반부패 투쟁에도 불구하고 대형 부패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등에서 명문대 출신 노동·인권운동가들이 신원 미상의 사람들에게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당국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학생과 노동자 기숙사에 난입해 10여 명을 연행해 구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학생 인권운동가들은 최근 광산 노동자들의 진폐증 문제 등을 비롯해 중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고발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해왔다. 앞서 지난여름 40여 명의 대학생이 남부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에서 노예 같은 대우를 받아왔다고 주장하는 공장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시위를 조직했으나 체포됐다.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 홍콩 지부의 패트릭 푼 연구원은 NYT에 “체포된 학생과 지지자들을 당장 석방하고,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수사를 허락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홍콩 내에서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운동가들이 투옥되고, 선거 출마를 제지당하는 것은 물론,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처음으로 정당 활동이 금지당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는 100억 원 이상 뇌물을 받은 전직 검찰 수뇌부가 자신의 부패사건에 100명 이상의 관료가 연루됐다고 폭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월 25일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이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종신형 선고를 받은 천쉬(陳旭) 전 상하이 인민검찰원장이 자신의 부패사건에 약 100명의 관료가 관련돼 있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서 38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며 ‘상하이의 법률조종자’로 불리는 천 전 원장은 뇌물사건 외에도 친인척들의 사업 계약 성사를 돕고 법원 판결을 유리하게 하는 등 권력 남용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330억 달러(38조 원)에 달하는 중국의 복리채표(복권) 사업과 관련해 민정부 산하 복권발행관리센터의 고위 관리 4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한편 중국이 최근 인터넷정화 운동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유해한 뉴스를 전파한 1만 개에 달하는 1인 미디어를 폐쇄하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플랫폼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은 이들 매체가 가짜뉴스를 전파해 사회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지적했으나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