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勞에 휘둘려 변질 ‘광주형 일자리’ 더 추진할 이유 없다

노사 상생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반값 연봉’의 연산 10만 대 완성차 공장을 지어 직·간접 일자리 1만1000개를 만들려던 프로젝트다. 자동차 업계 고질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탈피할 새 패러다임의 시도란 의미도 컸다. 광주시가 경영을 맡고, 현대자동차가 위탁 생산하는 형태로 시도됐지만, 노동계에 휘둘린 정치논리가 득세하면서 애초 구상은 뒤틀렸다.

광주시는 협상 시한으로 정한 15일에도 현대차와 담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광주시가 지역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인 수정안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주 44시간 평균임금 3500만 원’ 제안을 받고 투자 의향을 밝혔으나, 주 40시간 근무에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하에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4시간분 특근수당을 적용하면 처음부터 3500만 원을 넘게 되고, 9000만 원이 넘는 완성차 업계 평균임금을 넘볼 여지를 남긴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대전제인 반값 연봉을 무력화할 장치다. 5년간 단체협약 유예 약속도 뒤집었다. 임금교섭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대목에선 기가 막힌다. 노사 책임경영을 내걸고 노조의 경영 개입 길도 열어뒀다. 기업 투자를 단념시킬 목적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변질시킬 수 있는가.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국내에 신규 완성차 공장이 없었던 건 고임금과 저생산성 탓이 크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런 식이면 ‘울산형’의 답습에 불과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됐고, 국무총리부터 여야 정치권이 나서 성사를 압박해왔다. 기업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업성이 없는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배임이며, 결국 기업을 망친다. 현대차 노조도 총파업을 위협하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당초의 본질이 왜곡된 수정안을 더 이상 추진해야 할 의미도 가치도 없다. 정치권과 노동계가 일자리와 공장을 광주는 물론 나라 밖으로 내쫓는 셈이다. 유일한 활로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