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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3일(金)
트럼프의 분노와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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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지쳐 보였다. 21일 추수감사절 휴가를 위해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별장을 향하는 발길은 가볍지 않았다. 당장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토막살해사건 배후로 여겨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옹호를 놓고 국내외 후폭풍에 직면해 있고, 취임 이후 줄곧 발목을 잡아왔던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 측에 서면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기자들은 “특검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후두신경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졌고, 트럼프는 “마녀사냥, 모든 게 사기”라고 쏘아붙였다. 그의 얼굴에는 ‘선출된 대통령을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가’라는 분노마저 엿보였다.

돈만 아는 부동산 개발업자, 여성 편력과 섹스 스캔들, 세련되지 않은 어휘 사용 등 빌미가 천 가지도 넘지만 트럼프만큼 미국 역사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호불호(好不好)의 공방, 언론의 집중포화를 불러온 대통령은 없었다. 원래부터 대통령으로 인정하길 원치 않는 진보좌파 매체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은 말할 것도 없다. MSN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를 진행하는 정치인 출신 조지프 스카버러의 언급을 보면 반대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스카버러는 트럼프가 “카슈끄지 살해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자 “트럼프는 중간선거 패배 이후 완전한 두려움 자체에 빠져 있다”고 식물 대통령 취급을 했다. 이어 “트럼프는 재선에 나갈 생각도 없고, 개인적으로 사우디와의 비즈니스에서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며 “이것은 정치도 아니고, 미국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소신의 지도자라는 점이다. 종종 사실관계가 틀리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는 대중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다. 또 거친 싸움꾼이기는 해도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협약과 이란 핵협정 탈퇴, 대중국 무역전쟁, 불법이민 반대, 나토 회원국 부담금 확대 그리고 중거리핵전력협정(INF) 폐기까지 대선 당시 대중에게 외쳤던 공약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카슈끄지 사건 대응에서도 비정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 빈 살만 왕세자의 손을 맞잡는 정공법을 택했고, 보수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트럼프의 결정은 옳다”고 평가했다. 시간을 끌면서 핵심을 비켜 갔을 전임자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을 거론할 때면 항상 조건을 달아왔다. 김정은 칭찬을 늘어놓으면서도 “어찌 되나 두고 보자”는 말로 제3의 길을 열어 놓았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백악관 내부에서 무엇이 논의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22일 외교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에 올라온 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의 결론은 “만약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무엇이 남겠는가? 미국은 강경책으로 돌아가고, 군사적 타격 얘기를 꺼내게 될 것이다”였다. 신념에 찬 트럼프의 정면 돌파에 대해서 한국의 어디에선가는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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