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정 교수 “내가 지금 부르는 이 노래도 천년 뒤엔 클래식 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샹송오퍼 ‘카카듀’에서 서희정 교수가 연기한 송미래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예인들의 이미지를 합쳐 만든 가상 캐릭터다. 영음예술기획 제공

- 샹송오퍼 ‘카카듀’ 내달 18일 공연

샹송오퍼는 샹송 + 오페라
새로운 형태의 1인 노래극

일제강점기 여가수 송미래
윤심덕 등 당대藝人 녹여내
전쟁의 상처 치유과정 담아
서울 꿈의숲아트센터 공연

샹송과 재즈, 탱고를 클래식으로 재해석한 음악극 무대가 펼쳐진다. 샹송오퍼(Chanson Oper) ‘카카듀’ 공연이 오는 12월 18일 서울 강북구 번동 꿈의숲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 공연은 소프라노 서희정 동덕여대 교수가 펼치는 1인 노래극 형식으로, 서 교수와 함께 배우 임재혁·옥경민이 출연한다. 각본과 연출은 단편영화 ‘남산에 오르다’를 만든 김은경 감독이 맡았다. 샹송오퍼는 샹송(Chanson)과 오페라(Opera)를 합친 조어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클래식 느낌으로 편곡하고, 가사 내용을 이야기로 풀어내 성악 창법으로 부르는 공연이다.

1920∼194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예인들의 아지트인 다방 카카듀를 운영하는 성악 전공 여가수가 재즈를 처음 접하며 남편과 사별 후 탱고로 마음을 씻어내고, 샹송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신여성 송미래(서희정)는 연하의 천재 작곡가 홍우진(임재혁)과 만나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고, 든든한 후원자였던 남편 백난임이 기생과 드라이브 중 죽은 후 다방을 처분하고 교사 자리가 난 제주로 가서 제2차 세계대전이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서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행’ ‘20세기의 새로운 가곡’ 등 주제를 정해 독창회를 열어왔다. 이번에는 주제를 확장해 이야기와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며 “사전적 의미가 ‘노래’인 샹송과 오페라의 독일어 표현인 오퍼를 합쳐 ‘샹송오퍼’라는 새로운 공연 형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편곡을 하며 음역 대를 정하는 게 어려웠다. 성악 발성에 맞춰 음역 대를 높게 잡으면 관객이 낯설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노래의 기본 색깔을 유지하며 마이크 없이 성악 창법으로 부를 수 있는 적절한 음역 대를 잡았고 클래식 곡은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며 “상당히 많은 분량의 대사를 소화하며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컸지만 연습으로 극복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인공 송미래 캐릭터에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녹아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1년 전부터 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지금 이 노래도 백 년이 지나면 추억이요 천 년이 지나면 클래식이 된답니다’라는 대사가 캐릭터의 성격을 규정해준다. 장르가 다른 노래도 본질은 같다는 생각을 지닌 송미래는 ‘모든 호흡은 선율이 되고, 심장의 박동은 리듬이 된다’는 아름다운 대사도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인 서 교수는 프랑스 생모르국립음악원 최고과정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석 졸업한 후 에꼴노르말 성악과와 오페라학과를 마치고 최고연주자과정 디플롬을 취득했다. 프랑스에서 다수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 주역으로 출연하며 호평받은 그는 귀국 후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코시 판 투테’ 등 오페라 주연으로 무대에 서고, ‘더 드림 오브 집시’ ‘보야지’ ‘그리움을 아는 이’ ‘계절을 품다’ 등 테마가 있는 리사이틀을 통해 참신한 기획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슈트라우스의 가곡 ‘모르겐’을 비롯해 바흐의 ‘커피 칸타타’, 에디트 피아프의 ‘라 비 앙 로즈’, 김해송의 ‘다방의 푸른 꿈’ 등이 선곡됐다. 서 교수는 “노래 선율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가사의 의미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공연”이라며 “먼저 선곡을 한 후 가사의 흐름대로 김 감독님이 각본을 썼다. 또 임재혁 씨는 가사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뮤지컬에 가까운 새로운 형태의 클래식 공연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으로 배경을 설정한 것은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 클래식이 처음 들어왔고 서구에서도 클래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이 교류하고, 새로운 문화를 꿈꿨던 그 시대 다방과 오페라를 통해 시대정신을 구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송미래는 윤심덕과 홍난파, 김해송, 이난영 등 그 시대에 활동했던 예술인들의 이미지를 합쳐 만든 가상의 캐릭터”라며 “새로운 음악을 조선의 음악으로 품으려 했던 그 이름들을 조선 클래식의 역사 속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