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거부한 대만에 주목… 우리도 국민투표 고려해볼만”

- ‘대만선거 결과’ 전문가 반응

전력부족 사태·화력발전 급증
부작용 커지자 親원전 돌아서

“韓인식조사, 70%가 原電 찬성
원상복귀 늦출수록 피해 커져”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지 결정을 두고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롤 모델’로 여겨왔던 문재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 학계·연구계는 26일 일제히 입을 모아 “대만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 역시 탈원전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때”라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에너지원 97% 이상을 수입하는 등 에너지 환경이 한국과 흡사한 대만이 결국 탈원전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렸다”며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어들자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잇달아 터지고 화력 발전량이 급증하며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결국 대만 국민들의 마음을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대만 국민은 24일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 탈(脫)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대만은 탈원전을 선언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친(親)원전 국가’로 돌아서게 됐다. 대만 국민이 직접 나선 끝에 투표자의 50% 이상,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 동시 찬성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탈원전 법안 폐지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 역시 국민투표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원전이 일견 위험해 보이지만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이란 합리적 결론을 대만 국민이 내렸다고 본다”며 “우리 역시 국민투표를 시행한다면 원전 재가동 쪽으로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고 예측했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량이 원전 확대 및 유지에 찬성했다”며 “탈원전 관련 국민 인식과 정책 간 괴리가 있다면 국민 투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수급 관리 측면에서 탈원전 정책을 되돌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경고도 나왔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1기 동기생 14명과 함께 현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는 기고문을 발표(문화일보 11월 8일 자 2면 참조)했던 김종찬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당장 3세대 원자로만 보더라도 안전성이 크게 강화돼 중국 등이 ‘해볼 만하다’는 판단 아래 국가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게 되면 머지않아 중국에서 원전 기술을 역수입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권·최재규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