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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3일(月)
초겨울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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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 주말 웹에 오른 한 컷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경남 남해군의 한 바닷가에 만개한 코스모스 꽃이다. 10월도 아닌 12월 첫날, 겨울 초입의 코스모스 꽃이라니! 그 일주일 전, 그러니까 서울에서 이번 겨울 첫눈이 내리기 직전에도 흰색과 분홍색, 붉은색의 코스모스 군락을 본 적이 있던 터였다. 종로구 홍파동 홍난파 가옥으로 가는 길목의 서울성곽 석축 아래에도 코스모스 무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봉긋봉긋 부푼 꽃봉오리가 더 많아 놀랐다. 철모르는 꽃인지, 철없는 식물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코스모스는 원래 남미 고원지대가 고향이며 단일식물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는 6∼10월에 피는 꽃의 빛깔이 선명하고 거센 바람도 잘 견디고 자란다. 이 코스모스를 전 세계로 퍼뜨린 것은 바람도 동물도 아닌 18세기 스페인의 신대륙 탐험대다. 멕시코 고원에서 발견한 이 꽃에 반한 그들은 귀국길에 종자를 받아 고국으로 가져갔고, 그 씨앗은 마드리드 왕립식물원장에게 전해졌다. 원장 안토니오 호세 카바닐레스는 스페인에서 린네의 분류법을 받아들인 최초의 식물학자. ‘코스모스 비피나투스’란 학계 공식 이름은 개화·번식에 성공한 그가 붙인 것이다. 학명에는, 가늘게 갈라진 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란 뜻이 담겨 있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1879년(메이지 12년), 일본 땅에 코스모스가 건너왔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조각가 빈센초 라구사가 가져왔다고 한다. 그는 메이지(明治) 정부의 초청으로 일본에 건너와 고부(工部)미술학교 교사를 지냈다. 멕시코에서 스페인으로, 이탈리아로, 그리고 일본으로! 코스모스의 꽃대는 약하고 씨앗은 보잘것없어도 유전자는 강하다. 마침내 그는 한반도에까지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귀화식물로서 ‘살살이꽃’이란 이름을 얻었지만, 코스모스에 밀려 묻혀 버렸다. 일본에서는 코스모스, 중국에서는 다보쓰쥐(大波斯菊), 북한에서는 길국화로 통한다.

가을의 상징 동물 하면 쉽게 기러기와 귀뚜라미를 꼽는다. 식물로는 국화와 더불어 코스모스를 꼽을 것이다. 국화는 개량돼 애완식물의 반열에 올랐지만, 코스모스는 무리 지어 들판과 길가를 수놓으며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코스모스 군락 하나를 놓고 지구온난화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저 작은 우주가 지금 우리 인간에게 무슨 시그널을 보내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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