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의 기술 굴기 차단하겠다”… 中 “첨단 제조분야 육성 포기안해”

양국 무역전쟁 ‘90일 휴전’
최종합의 도출 여부 미지수

미·중 정상이 90일간 추가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협상에 들어가는 무역전쟁 ‘임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반면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으로 갈등을 봉합하려 하고 있는 만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에어포스원 내에서 시 주석과의 무역전쟁 관련 협상에 대해 “엄청난 합의(deal)를 이뤘다. 농산물과 공산품, 컴퓨터와 모든 종류 제품에 대해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은 이날 중국이 미국산 농업, 에너지, 산업 및 기타 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대신 미국이 내년 1월부터 2000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무역 이슈 전반에 대해 협상키로 했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조만간 협상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을 찾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과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미·중이 무역협상을 재개하지만 9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합의점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당장 대중 무역적자뿐 아니라 첨단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술 굴기 차단, 불공정 무역관행 제거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백악관은 “강제적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 농업에 관한 구조적 변화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관련 분야에 협상을 집중할 의향을 내비쳤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등 14개 미래기술 항목에 대한 수출통제 작업에 착수했다.

반면 중국은 구체적 협상 방향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양국이 상호 존중, 평등 호혜 정신에 따라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전쟁 시발점이 된 대미 흑자 축소를 위해 내수시장 개방, 농업·에너지 등 미국제품 수입 확대 등으로 무역갈등을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핵심국가전략으로 첨단 제조분야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협상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