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戰 한·미 독수리훈련 약화도 유예도 안 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야전(野戰) 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FE)이 사실상 유예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군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지휘소연습(CPX) 위주의 키리졸브(KR)연습에는 참가하나, 병력과 장비가 실제 기동하는 독수리연습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전략 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훈련도 없을 전망이다. 한국군 단독의 기동훈련은 진행된다고 하나, 연합훈련으로서의 의미는 상실되는 것이다. 그나마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 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만 한다는 것은 축구 선수가 경기장에서 직접 공 차는 연습을 하지 않고 컴퓨터로 작전훈련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 독수리훈련이 ‘참새훈련’으로 전락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싱가포르 미·북 회담 이후에도 양강도 영저리 기지 인근에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미국 CNN 방송의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비공개 활동을 알린 지 한 달 만에 또 다른 미사일 기지 활동이 공개된 것이다. 군 당국은 영저리 기지는 오래 전부터 파악해 추적 감시해 온 곳으로서 새로운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실제로 민간에 처음 폭로됐을 뿐, 한·미 정보 당국은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같은 북핵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비하려는 한·미 연합 훈련은 약화, 혹은 유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수리연습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2개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 한·미 연합훈련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반복되는 연합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 연합군이 적시에 기능할 수 없다. ‘연합훈련 없는 군사동맹은 악기 없는 오케스트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독수리훈련을 비롯해 기존의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유예하는 건 재래식 전력 우위마저 포기하는 것이다. 남북대화도 확고한 안보태세 위에서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김정은 답방 기류에 취해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