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아픈 근로자 있다면 기업 도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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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도입 선구자’ 김입삼 前 전경련 부회장 평전 출간

동료 등 회고 담아 1주기에 펴내
이건희 전경련 회장 고사 일화도

“돈이 없어 병을 고치지 못하는 문제를 놔두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도리가 아니다.”

고 김입삼(사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부회장은 1974년 의료보험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갖고 도입을 주도했다. 정부 당국도 의료보험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나 의지도 형성되지 않은 때였다. 결국 전경련 회장단은 “삶에서 가장 비참한 것 중 하나가 고칠 수 있는 병이 들어도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해 불구가 되거나 죽는 것”이라면서 김 전 부회장과 인식을 같이하게 됐다. 1970년대 초반 석유 파동 여파로 전반적으로 사정이 어려웠던 기업 형편에도 추가 부담을 감수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체인 의료보험조합을 전경련 회원사들을 주축으로 발족시킨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은 국내에 건강보험을 도입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김 전 부회장의 1주기를 맞아 13일 전경련 연우회가 펴낸 평전 ‘한국경제발전의 초석, 김입삼’에는 같이 근무했던 동료와 가족 등 30명이 기억하는 일화가 담겨 있다. 김 전 부회장은 1962년 전경련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1971년부터 1981년까지 상근부회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한국능률협회(1962년), 한국경영자총협회(1970년), 국민건강보험공단(1977년), 한국정보산업연합회(1979년), 에너지관리공단(1980년) 등 주요 단체 설립을 주도했다.

평전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불과 몇 년 사이에 원유가가 4~5배로 뛴 석유파동이 우리 경제를 압박해 왔다. 산업시설 전반의 에너지 사용 실태는 비효율과 낭비 요소가 만연해 있었다. 김 전 부회장은 에너지관리공단의 모태인 열관리협회를 만들어 막대한 원유 수입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규모가 확대되고 사업 시행에 정부의 행정력과 법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이유로 열관리협회는 의료보험조합과 함께 정부에 이관된다. 이와 관련, 김 전 부회장은 평소 “늘 긴장하고 자체 개혁과 혁신을 조금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평전 집필에 참여한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은 2003년 전경련 총회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기로 반쯤 승낙했다가 나중에 건강상 이유로 고사해 결국 손길승 SK 회장이 맡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