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홍수 지상파에 중간광고 안될 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MBC 드라마 ‘배드파파’의 안마의자 노출 장면(왼쪽)과 SBS 드라마 ‘여우 각시별’ 속 제빵업체 제품 클로즈업 장면(오른쪽). 각 드라마 화면 캡처

YMCA 10월 2주간 모니터링
드라마 1회당 평균 57개 담겨
제품 알리려고 억지 상황 구성
“광고 빼면 시청자는 뭘보나…”

KBS·MBC·SBS 등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드라마의 PPL(프로그램 내 상품 노출) 광고 실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7일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공개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1∼14일 2주간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 17편에는 회당 평균 57개(제작지원 6개·협조업체 51개)의 PPL 광고가 담겨 있다. 이중 MBC ‘배드파파’가 113개(제작지원 5개·협조업체 108개)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MBC ‘내 뒤의 테리우스’ 97개(제작지원 8개·협조업체 89개), SBS ‘여우각시별’ 90개(제작지원 7개·협조업체 83개), SBS ‘나도 엄마야’ 77개(제작지원 8개·협조업체 69개), MBC ‘내 사랑 치유기’ 69개(제작지원 2개·협조업체 67개), SBS ‘미스마:복수의 여신’ 66개(제작지원 2개·협조업체 64개), KBS 2TV ‘최고의 이혼’ 63개(제작지원 4개·협조업체 59개)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은 개수도 문제지만 협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억지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등장 인물의 직업을 끼워 맞춰 시청자가 극에 몰입하기 힘들다. ‘배드파파’의 경우 극 중 안마기 판매원인 주인공이 손님에게 “엄청 시원하시죠. 월 2만9900원씩 무이자 12개월입니다”라고 가격과 할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또 ‘나도 엄마야’에서는 자영업자인 여주인공의 고모가 화장품 대리점을 접고 새롭게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차리는 설정이 나왔다.

한석현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지상파도 유료 방송 못지않게 간접광고를 내보내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간광고까지 허용하면 시청자는 광고를 빼고 나면 내용이 남지 않는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먼저 가상·간접광고의 정비를 한 후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한 후 그에 걸 맞는 법 집행이 따라야 하는데 모니터링조차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