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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7일(月)
‘고종의 길’ 복원 논란… 戰後 바르샤바의 원칙과 섬세함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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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샤바거리에 세워져 있는 화가 벨로토(일명 카날레토)의 그림과 거리 풍경. 18세기에 그려진 그림과 복원된 현재의 바르샤바를 비교하도록 해 놓았다.

2차대전 때 폐허… 복원기점 숙의
18세기 벨로토 풍경화 고증·재현


최근 복원되었다는 ‘고종의 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왜 모든 역사유적의 복원 시점이 조선시대인지 모르겠지만 경복궁복원사업은 어떤 기준에서 1888년 즉 고종대에 경복궁이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오랜 복원사업에도 1979년 세워진 중앙청후생관은 지금껏 ‘고궁박물관’으로 쓰는데 국립민속박물관은 왜 철거와 이전대상인지? 문화재 복원이나 도심재생 사업은 이렇게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분명한 철학을 지니고 학문공동체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문화재 복원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폴란드다. 유럽에서 2차대전이 막을 내린 1945년 5월, 제2의 파리, 또는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리던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84% 이상 파괴되고 130만의 인구 중 그 절반인 65만 명만 살아남은 폐허였다.

폴란드는 이 폐허를 박물관처럼 그대로 두고 수도를 이전할지 아니면 복원할지를 고민하다 철저한 복원을 선택했다. 복원의 기점은 검증 가능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1760∼1770년대 ‘황금기’로 정했다. 이후 폴란드는 복원을 위해 세상에 있는 모든 바르샤바 관련 문헌과 지도, 그림을 수집하고 이를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폴란드의 마지막 왕 스타니스와프 2세(1732∼1798)의 궁정화가였던 베르나르도 벨로토(Bernardo Bellotto·1721∼1780)가 남긴 매우 세심하고 정밀한 바르샤바의 풍경화들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벨로토는 베니스화파의 풍경화를 상징하는 그의 삼촌 안토니오 카날레토(1697∼1768)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당시 유행하던 그랜드 투어를 다녀간 유럽 각지의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념품으로 지금의 사진보다 더 정확한 풍경화를 그렸던 카날레토의 정확, 정밀, 객관적 시각은 그의 조카 벨로토에게 그대로 전이되었다.

1721년경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벨로토는 삼촌 카날레토의 작업실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해 곧 인물을 풍경에 넣어 활기 넘치는 풍경화를 제작해 재능을 입증했다. 이런 탁월함은 17세의 그를 베네치아의 화가조합원으로 만들어주었다. 이후 그는 1742년 로마를 방문해 고대 유적지와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담은 다수의 베두타(veduta)풍 풍경화를 제작했다. 일찍이 네덜란드에서 발달한, 섬세하고 명확하게 그리는 도시풍경이 특징이었던 베두타풍은 벨기에 겐트 출신의 리에벤 쿠룰(1634∼1720)이 로마에 체류하며 이탈리아 화가들에게 전파했다.

벨로토는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서 활동하며 삼촌을 넘어 강렬한 자연주의적 풍경화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이후 토리노와 베로나를 그리며 그는 넓은 시야의 파노라마풍 풍경에 맑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차가운 색조와 명과 암이 분명하게 대비돼 세부 양감이 풍부한 자신만의 풍경화를 완성했다. 이렇게 풍경화로 명성을 얻은 벨로토는 1747년 독일 작센주의 아우구스트 3세(1696∼1763)의 궁정화가로 드레스덴에 거주하며 그곳 전경을 담은 14점의 풍경화를, 1758년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아 테레사(1717∼1780)의 청으로 빈풍경을 그렸다. 또 1761년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안 3세(1727∼1777)의 초청으로 뮌헨에 약 5년 동안 체류하며 화려하고 웅장한 바로크풍의 건물과 님펜부르크 궁전을 그렸다. 그 후 16년간 폴란드의 궁정화가로 황금기 바르샤바를 20점의 파노라마풍경으로 남겼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나폴레옹과 소련의 약탈로 흩어졌다 전후 반환됐고 이 정교한 투시도 같은 파노라마풍의 풍경은 완전히 파괴된 바르샤바를 복원하는 데 설계도만큼이나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지금 우리가 보는 바르샤바는 철저하게 고증돼 재현된 곳이다. 완벽하다는 자신감은 벨로토의 그림을 거리 곳곳에 설치해 비교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도 이런 철저한 복원의 원칙을 따를 때다. 무엇이 그리 급해 서두를까. 때론 모자라고 부족하면 후손들에게 복원의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복원된 바르샤바 구도심은 198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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