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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20일(木)
장기하와 얼굴들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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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인디 밴드 눈뜨고코베인에서 활동하던 장기하(36)가 2008년에 록 음악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해, 싱글 음반으로 발표한 데뷔곡 ‘싸구려 커피’의 한 대목이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장기하 특유의 창법, 한국어의 특성을 잘 살려 일상생활의 단면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가사 등이 인상적이어서 단박에 주목받는 그룹이 되게 한 노래다. 그 이듬해에 내놓은 정규 1집 앨범 ‘별일 없이 산다’의 타이틀 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팬들이 ‘장얼’로 줄여 부르는 이 그룹의 구성원은 창단 멤버 일부가 바뀐 현재 이민기(기타) 정중엽(베이스) 이종민(건반) 전일준(드럼) 하세가와 요헤이(기타) 등 6명이다. 이들의 성취는 눈부시다.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 ‘한국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음악을 하는 밴드’ 등의 찬사를 듣는 이유다. 리더이면서 보컬로, 장얼의 모든 노래를 작사·작곡한 장기하의 두드러진 역량과 다른 멤버들의 편곡·연주 기량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너는 쿨쿨 자나 봐/ 문을 쿵쿵 두드리고 싶지만/ 어두컴컴한 밤이라/ 문자로 콕콕콕콕콕콕 찍어서 보낸다’ 하는 ‘ㅋ’ 등 모든 노래가 그렇다.

장얼은 오는 29∼31일 서울 연세대백주년기념관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접는다. 5집 ‘모노(mono)’를 지난 11월 1일 내놓으며 “10년 동안 군더더기 없는 작곡·편곡을 추구해왔다. 그런 기준에서 이번 앨범을 최고라고 생각했다. 음악적 정점(頂點)에서 해산하는 게 좋다”라고 밝혔다. 새해부터 각자 따로 활동하는 만큼, ‘해체’ 아닌 ‘개인별 독립’이라는 이들은 마지막 앨범 속의 ‘그건 니 생각이고’에선 이렇게 노래한다.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그런 노래들을 장얼의 육성과 현장 연주로는 마지막으로 들으며 2018년과 작별하는 마음은 아쉬움 속의 또 다른 기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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