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음주 위주 송년회 대신 문화회식 늘어났으면…

12월이면 너나없이 서너 번은 송년 모임이 있다. 며칠 전, 매주 한나절씩 참여하는 봉사모임의 송년회에 참석했다.

색소폰 연주를 듣고, 뷔페식 저녁밥을 먹은 후 5∼10명 단위로 조를 편성해 ‘조 대항 퀴즈대회’를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몇 등? 지난 7일은 24절기 중 무슨 절기? 올해 관객이 가장 많았던 영화 제목과 그 부제는?…” 아무도 휴대전화로 정답을 검색하지 않고 조원들이 합심한 답을 적은 조장은 스케치북을 머리 위로 올렸다. 조별 합산점수에 따라 등수가 정해지고 푸짐한 상품이 각각 주어졌다. 중간중간 무작위로 뽑힌 분들이 올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 꿈도 밝혔다.

이렇듯 사전 각본 없이 진행하니 다음 순서도 기다려지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잔도 뜸해지면서 덕담과 웃음이 자리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음주 위주 송년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는 등 ‘문화회식’을 갖는 직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동창회, 향우회, 산악회, 동호회 등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음주 강요’ 송년회 문화가 여전하다. 지난해 손님으로 참석했던 어느 송년회도 흐뭇했다. 회식 장소에 도착하자 나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며 주머니에 잘 보관하란다. 나머지 한 장은 경품 추첨함에 넣는다. 우연이지만 내가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당첨됐다. 많은 경품은 연중 내내 회원들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라고 누군가 귀띔했다.

노청한·서울 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