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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26일(水)
견금여석(見金如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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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황금 앞에서도 욕심을 내지 않은 청렴한 선비로 꼽히는 인물은 많다. 그 가운데 조선 숙종 말기에 세자익위사 부수를 지낸 김재해 이야기는 잔잔한 청빈담이다. 그는 문순공 박세채의 문하생이자 성리학자이기도 하다. 어느 해인가 그가 집을 사서 수리하는데, 100냥이란 거금이 든 항아리가 나왔다. 횡재였지만, 그는 그것을 탐하지 않고 그대로 전 집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뜻밖의 재물을 돌려받은 그 주인도 김재해 못지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고맙다면서도, 내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므로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전 집주인은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러면 반씩 나누자고 했다. 그러나 김재해는 집 두 채 값이 든 항아리를 반분하자는 전 집주인의 제안마저 거절했다.

황금 보기를 돌 보듯 하라는 말이 있다. 굳이 사자성어로 옮기면 견금여석(見金如石). 고려 말의 무장이자 재상 최영 장군이 비단 조각에 새겨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경구다. 이 말은 그의 아버지가 잊지 말라며 자주 들려주던 말씀이다. 갑자기 이 말을 떠올리게 해준 건, 최근의 한 신문 기사다. 지난 23일 정오쯤, 부산 범일동에서 5만 원권 56장이 든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도록 해준 세 중학생이 주인공이다. 그 280만 원은, 매축지 마을 재개발사업 이주비로 받은 지갑 주인의 전 재산이었다. 그 돈으로 여관이라도 가서 이번 겨울을 넘기려 했으나 돈지갑을 잃어버려 낙심천만이던 지갑 주인은 학생들의 양심 신고 덕분에 한겨울 노숙자 생활을 면했다는 미담이다. 학생들은 말 그대로 ‘견금여석’을 실천함으로써 활인(活人)한 의인들이다.

지갑은 돈이나 신용 카드는 물론 신분증 같은 개인의 소지품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경제 구급낭’이다. 2016년부터 지난 9월 말 사이 서울 지하철 유실물은 37만3000여 건. 이 중 휴대전화와 귀중품 다음으로 많은 것이 가방과 지갑이라고 한다. 지갑 잃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40도를 밑돌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일자리 못 찾는 청년이 늘어서는 세밑이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니 공재불사(功在不舍)니 하는 정치색 짙은 사자성어들은 이들의 추운 가슴을 결코 데워주지 못한다. 그나마 ‘견금여석’ 경구가 성탄절과 연말 사이에 몰아치는 한파에 언 몸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번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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