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거꾸로 간 文정부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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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7개월이 넘었고, 2018년이 다 지난 오늘까지 현 정권이 다짐한 검찰 및 법원개혁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사법의 실제 운영 실태는 전 정부 때보다 나빠진 느낌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핵심 공약이라고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이 올바른 검찰개혁의 방향인지 논란이 있지만, 그마저도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혁동력을 검찰 수사로 열어간 여권이 ‘잘 드는 칼’을 계속 사용할 공산이 커 검찰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과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은 이전 정권 때보다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출범 때만 해도 검찰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구정권에서 검찰권의 편파적 행사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이 정권은 검찰 힘 빼기를 공공연한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검찰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고 전 정부 시절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청산 수사로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힘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이 민망할 정도로 문 대통령과 여권은 수많은 사건을 검찰에 떠넘기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 법무부의 후배 검사들과 식사하며 격려금을 준 혐의로 쫓겨났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면직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7년 5월 19일 문 대통령은 이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쫓겨난 자리에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활약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발탁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전임자보다 5기수 후배이며 검사장도 아니었던 윤석열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켜주는 동시에 고참 고등검사장이 가던 자리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8월 21일 전임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무려 13기나 아래인 춘천지방법원장을 일약 대법원장에 지명하는 파격 중의 파격을 감행했다. 이처럼 무리하게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는 그 조직의 안정성을 치명적으로 해치고 대통령의 장악력을 높이는 해악이 있다. 통상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 등을 임명할 때 고시 기수를 1∼2단계 이상 건너뛰지 않는 게 관례다. 이는 대통령이 점찍어둔 ‘예쁜’ 사람이 있어도 대상 기수 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임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일정한 제한으로 작용했다. 이런 전례를 무리하게 파괴하는 ‘신데렐라 인사’는 수많은 판검사에게 ‘줄만 잘 서면 벼락출세할 수 있다’는 매우 나쁜 신호를 줄 수 있어 더욱 문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많은 인사검증 실패와 숱한 SNS 활동으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여권은 그가 없으면 사법개혁이 좌초한다며 해임 요구를 일축해왔다. 최근에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들의 민간인 사찰, 전 정권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오히려 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일개 민정수석이 사법개혁의 상징이라는 건 웃기는 얘기지만, 이 정부가 하겠다는 사법개혁의 방향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검찰과 법원 개혁은 어려울 게 없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놓으면 된다. 전 정부 인사를 찍어낸 자리에 자기 사람들만 심는 건 개혁도 뭣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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