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原畵)와 다색판화로 만나는 ‘샤갈의 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든뮤지움 전경. 미러 가든에는 이고르 미토라이의 ‘이카루스의 토르소’가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며 미술관의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든뮤지움을 찾은 관람객이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원화로 역시 샤갈이 기획 제작한 석판화를 감상하고 있다.

강화 해든뮤지움서 ‘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展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러시아 태생의 화가인 마르크 샤갈(1887∼1985)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늘을 나는 사람, 지붕에서 춤추는 거인, 투명한 자궁 안에 배태된 가축 등 확실히 비현실적인 공간 구성에 몽환적 색채를 입힌 그의 그림은 프랑스에서 한때 맹위를 떨친 입체파나 야수파,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대세로 자리 잡은 모더니즘 계열 추상화와 다른 ‘유니크한 매력’으로 미술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과일바구니, 원화(原畵), 37.5×50cm, 1980

그러나 샤갈이 그림 외에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무대미술과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매체를 섭렵했고,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판화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괄목할 만해 대부분의 인명사전에 ‘샤갈은 화가이며 판화가’로 소개될 정도다.
　
인천의 강화도 남단 길상면 장흥리에 있는 사립미술관인 해든뮤지움(관장 박춘순)에서 샤갈의 원화는 물론 판화 수십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샤갈-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전이 열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월 24일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원화 4점 외에 액자에 든 판화 53점과 화집으로 된 판화 42점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신부와 요정 말, 원화(原畵), 49.5×39cm, 1969

전시되고 있는 판화 작품에도 역시 샤갈이 즐겨 사용하던 성경, 신화, 고전문학의 소재들이 상대적 복수 시점과 역원근법 기법에 의해 자유분방하게 표현돼 있다.
　
샤갈은 파리 최고의 판화 작업실로 피카소, 마티스 등 작업을 했던 무흘로 아틀리에에서 세계적 판화가 샤를 소를리에(Charles Sorlier)와 함께 판화 작업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광대들, 원화(原畵), 66.5×52cm, 1983∼1984

당시 소를리에는 샤갈이 1957년부터 4년에 걸쳐 제작한 판화 화집인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두고 ‘다색판화의 최고봉’이라고 극찬했다. 해든뮤지움에 전시되고 있는 화집이 바로 ‘다프니스와 클로에’다
　
이재언(이술평론가)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샤갈의 유화 작품이 착색에서 뜬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판화 결과물은 보다 완벽하게 동유럽 비잔틴 양식과 유대 신비주의가 결합해 탄생한, 샤갈이 추구했던 예술세계를 잘 구현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모성애와 바구니, 원화(原畵), 60×44.5cm, 1974

　
전시된 판화 작품은 몇몇 동판화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석판화(lithograph)로 석판화는 샤갈이 소를리에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오랜 기간 샤갈과 함께 작업한 소를리에는 샤갈의 임종도 옆에서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에 소개되는 원화는 ‘신부와 요정말’(과슈), ‘과일바구니’(과슈와 오일), 모성애와 바구니(모노타이프), ‘광대들’(파스텔·템페라) 등 네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64년 샤갈이 석판화로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 샤갈의 작품인 ‘파리 오페라극장’ 천장화의 일부 중 베를리오즈에게 헌정된 것을 다시 판화로 만든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제목이다. 해든뮤지움 제공.

한편 2013년 봄 문을 연 해든뮤지움은 샤갈 외에도 피카소, 베이컨, 호안 미로, 보테로, 리히텐슈타인 등의 해외 작가와 김환기, 장욱진, 이응로 등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매년 기획전을 통해 이를 소개하고 있다.
　
외부벽면을 마감 처리한 해든뮤지움의 미러가든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의 작품 ‘Torso di Ikaro’가 설치돼 있으며, 선큰 가든에는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 ‘두개의 비결정적인 선’도 전시돼 있다.

이 같은 공간 구성으로 2013년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교육과 기업연수를 위한 공간인 교육관, 세미나실도 갖춰져 있다.

강화 = 글·사진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