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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9일(水)
文정부 ‘행정의 정치화’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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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청와대의 국채 발행 부당 압력 등에 대해 폭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신재민 김태우 내부고발 본질
관료제 중심의 거버넌스 위기
복지부동에 코드 정책 부작용


요즘 한국의 뉴스 초점은 단연 6급 공무원 김태우와 30대 초반의 전직 사무관 신재민이다. 이 두 사람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와 가장 막강한 부처라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 청와대의 부당 압력 등 내부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행위가 개인적 일탈 행위에 따른 ‘미꾸라지의 해작질’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신(新)적폐를 알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의감의 발로인지는 후일에나 가려지겠지만, 관료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 관료제의 병폐 중 하나로 정경유착을 꼽아왔지만, 지금처럼 내부 고발로 정치공방이 심해지면서 행정부의 거버넌스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는 없었다.

관료제는 근대국가의 필수적인 제도이다. 서구 역사에서 관료제와 근대국가 성립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독일의 사회철학자인 막스 베버는 관료제를 가장 합리적이고 근대적인 제도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을 가톨릭 교회에서 가져왔던 근대 유럽과 달리 한국의 관료제는 훨씬 더 뿌리가 깊다. 조선은 이미 매우 발달된 관료제로 운영됐으며, 한국학계의 대부라 불렸던 미국의 제임스 팔레 교수는 이를 ‘농업적 관료제’라 칭하며 조선왕조가 500년간 장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일본을 필두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발전 모델에 있어서도 관료제 역할은 매우 중요했는데, 차머스 존슨 교수는 발전적 국가(developmental state)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실제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있어서 관료제의 역할은 중요했다. 유교의 영향으로 엘리트들이 주요 중앙 부처로 몰려들었고,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개발독재 시대에는 집권세력의 부족한 정치적 정통성을 메우는 일환으로 테크노크라트를 중용한 바 있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고 관료제 역시 정치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처럼 연이어 내부 고발자가 나오는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현재의 위기는 관료들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고, 외부의 정치적 요인도 있다.

우선, 현 정부가 들어서며 관료사회는 적폐세력으로 몰려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어느 정부나 집권을 하면 새 통치 이념을 전파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관료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5년 시한부의 집권세력과 달리 관료들은 특정 정권을 넘어서기 때문에 자신의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복지부동이 발생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정부처럼 부처마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고,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샅샅이 뒤지고 감사·수사를 통해 관료들을 처벌한 적은 없었다. 정치와 정책이 완전 분리될 수 없고 개인의 부정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하지만, 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거쳐 당시로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던 정책들을 후일의 결과론이나 정치적 이념의 잣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적폐청산이 제도적 개혁보다는 인적청산에 맞춰지다 보니 요란한 행보와는 달리 기존 관행은 지속됐고 이제 집권 3년 차를 맞아 내부 고발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두 번째는 관료사회의 정치화다. 전임 정부에서 중요 직책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후임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반대로 쓴소리를 하다 불이익을 당하면 후임 정부에서는 화려하게 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퇴직 후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가 정권이 창출되면 장·차관이나 청와대 수석, 실장 등으로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더 많은 퇴직 관료들이 캠프에 몰리게 되고, 실력보다는 정치적으로 노회한 관료들이 더 중용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도한 정치화는 관료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에만 집중하게 돼 결국은 관료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관료제 위기라는 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폭로라는 개인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며 ‘양아치 짓’으로 치부해 그 사회 정치적 의미를 격하해서는 안 된다. 자살의 사회 구조적 원인을 무시하고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봐선 결코 자살률을 줄일 수 없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내부 고발의 사회학적 원인에 주목하고 제도적인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관료사회는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릇된 도덕적 우월성에 근거해 관료들의 전문성을 폄하하거나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관료사회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문 정부의 성공도 결코 담보할 수 없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외침이 갖는 사회학적 의미와 관료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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