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박보희 명예이사장 발인 15일… 종교, 언론, 문화 분야서 두루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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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를 일기로 지난 12일 숙환으로 타계한 박보희 한국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생전에 종교, 언론, 문화 분야에서 크게 활약했다.

1930년 충남 아산 출신인 고인은 육군사관학교 2기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미국 군사학교를 수료하며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그는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보좌관을 지냈으며, 1970년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해외에서 교세를 넓혀가던 시기에 문선명 총재의 연설을 통역하며 교계 내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고인의 딸인 훈숙 씨가 정혼자인 문 총재 차남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영혼결혼식을 올림으로써 고인은 문 총재와 사돈지간이 됐다. 훈숙 씨는 이후 성을 문 씨로 바꾸었으며,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발레리나로 활동하며 세계 속에 한국의 이름을 알렸다.

고인은 가정연합의 대북 사업에도 앞장섰다. 1991년 문 총재와 한학자 총재 부부가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수행했으며,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 조문을 가기도 했다.
　
자유아세아방송 사무총장, 세계언론인협회 회장, 미국워싱턴타임스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1년부터 3년간 세계일보 사장을 맡았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리틀엔젤스예술학교(현 선화예고) 교장을 지냈다. 유니버설발레단 창단을 이끌기도 했다.
　
고인은 ‘코리아 게이트’에 연루돼 출석한 1978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인들이 억울하게 매도당하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 코리아 게이트는 한국 중앙정보부가 주한 미군 감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로비 활동을 펼쳤다가 미 언론과 의원들의 폭로로 거센 역풍을 맞았던 사건이다. 그는 스파이 혐의를 받았으나 도널드 프레이저 당 시 국제기구소위원회 위원장에게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당신은 왜 한국을 파괴하려 하느냐”고 공격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당시의 증언을 저서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에 남겼다.
　
유족으로는 문훈숙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유니버설발레단장)과 박나경·준선(가정연합 미국 자산관리 대표이사)·진성·연숙 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성화식(발인)은 15일 오전 8시 서울 용산 천복동교회에서 열린다. 02- 3010-2000 .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