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훈 신작 순위조작했다’ 문학동네 비방한 출판사 대표 유죄 판단

확인되지 않은 의혹 사실처럼 글 올려…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출판사 문학동네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했다’며 허위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대표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S 출판사 대표 이모(55)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처벌하지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제도다.

이 씨는 2015년 9월 25일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가 11위로 신규 진입했다는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용하면서 문학동네를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김훈의 신작은 아직 출간도 전” “사재기만이 범죄가 아니다” “이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거 알고 있다” 등 확인되지 않은 순위조작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범하려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 별다른 근거 없이 ‘법인’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업 등 법인의 명예가 침해된 경우에는 민사상 구제수단으로 보호하면 충분하다”고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법인도 당연히 명예의 주체가 된다”며 “게시물에 적시된 사실은 허위로 상대에 대한 비방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벌금 300만 원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