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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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 기금운용委 주재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 착수
수탁자책임委서 행사 여부 검토

학계에선 “과도한 개입” 우려도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1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땅콩회항’, ‘갑질폭행’, 탈세 의혹 등을 일탈 행위로 지적하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첫 적용 작업에 착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경영학계에서는 이사 개인의 비리를 이유로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금운용위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2019년 첫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공정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을 논의한 오늘 자리는 수탁자 책임자 원칙을 이행하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세부 주주권 행사 여부와 방안 등을 검토한 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에서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가입자 대표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이뤄져 있으며 의결권·주주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검토하는 기금운용위 산하 기구다. 현재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이며, 대한항공 지분도 11.56%를 소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는 임원 선임·해임, 직무 정지, 정관 변경, 회사 합병·분할, 주식 이전·교환 등 경영권 관련 권한이 10가지에 달한다.

학계는 정상적인 기업에 메스를 가하는 과도한 개입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김용하(전 한국연금학회장) 순천향대 교수는 “운용위는 기금운용, 재정안정성 측면에서 기업의 수익, 경영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경영에 간섭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영상태는 좋은데 최고경영자나 이사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도덕적 기준으로 선임된다, 안 된다 하는 건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