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타운’ 의혹 확산>“투기로 가격 급등… 주민들 삶은 더 어려워질까 걱정”

목포 현지민심 분위기

“지역민간 거래는 불가능해져”
배신감·불안감 갈수록 커져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 거리) 일대의 주민들 사이에는 손 의원 주변 인사들의 보유 부동산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부동산 매입 자금의 대출 등 투기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배신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부동산 시세가 집의 상태에 따라 최고 4∼5배까지 오른 경우도 있어 ‘투기로 동네를 들쑤셔놨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손 의원이 집중 매입한 목포 문화재 거리 일대 주민들은 주말 동안 자신들의 터전을 찾는 외지인들을 보고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역 토박이라고 밝힌 정모(72) 씨는 “서울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겠다, 장사하겠다 하며 줄을 섰는데 그럴수록 우리가 살길은 더 팍팍해질까 봐 잠이 오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투기 바람이 가라앉고 나면 그 후유증으로 지역경제가 피폐해질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선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로 인해 잠잠하던 동네가 외부인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7년부터 문화재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1) 씨는 “손 의원이 뉴스에 나오기 전인 지난해에 진작 부동산 시세는 오르고 있었다”면서 “지금은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이 워낙 높은 가격을 불러 지역민들 간 거래는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내부 리모델링이 가능한 적산가옥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 돼 지금 팔면 시세차익 4∼5배는 문제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에서 건물을 사고 싶다는 전화는 빗발치는데 매물이 없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시세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혜원 랜드’에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자 비어 있는 건물을 가진 소유주들이 ‘팔지 않고 버티자’는 기류가 강해져 오히려 거래 선순환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문화재 거리에선 외지인이 점령한 일부 카페나 식당 등이 호황을 누릴 뿐, 비어 있는 건물이 그대로 방치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손 의원 조카 손소영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 골목의 경우 비어 있거나 사실상 문을 닫은 가게는 전체 30여 곳 중 21곳에 달했다. 다른 골목 역시 건물 10곳 중 6∼7곳꼴로 비어 있었다. 반면 주말 사이 맞은편에 위치한 ‘창성장’은 관광객으로 북적였고, 3분 거리에 위치한 손 의원의 조카 손소영 씨의 갤러리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울러 손 의원이 집중 매입한 골목은 20∼30년 전부터 상권이 죽어 오히려 일제강점기 시절 가옥 형태 보존이 잘돼 있다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반면 대의동1가와 만호동 골목 일대의 주민들 중에는 “손 의원이 죽은 거리를 살려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목포 = 이정우·이희권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