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펀드 선전포고’에 속끓는 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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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조회장 퇴진 요구에
한진 그룹측 공식반응 자제
“근거 빈약·처방도 근시안적”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경영권에 칼을 겨눈 경영개선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조 회장 진영과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강성부펀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강성부펀드의 경영개선안 주장 근거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22일 “KCGI 경영개선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업무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현지에 체류하며 관련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강성부펀드 경영개선안 내용에 대해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근거가 빈약하고 처방이 근시안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보도 이후 대한항공은 시민 단체의 저항, 정부 기관의 지속적인 고강도 조사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비교적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에 역대 분기 최대 매출(3조409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3.7% 증가한 3928억 원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CGI는 다른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하며 8가지 항공기 기종을 4∼5종으로 줄일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이는 경영 실책보다는 경영 전략 차이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강성부펀드의 경영개선안은 단기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기업 경쟁력은 물론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항공물류산업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성부펀드는 21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 대상으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강성부펀드는 지난해 12월 현재 한진칼 지분 10.71%를 보유하고 있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추진 중인 국민연금과 힘을 합쳐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퇴진요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는 강성부펀드의 움직임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산업의 활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