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총선 승부처는 수도권… 票心 돌리려면 개혁보수가 黨 이끌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한국당 당대표 도전 오세훈前 서울시장

보수 분열돼선 대여투쟁 못해
국민·당원들 ‘계파종식’ 바라
‘분열하면 필패’위기의식 강해

文정부 정책, 낙제 아닌게 없어
‘반면교사’ 삼아 민생정당 돼야

‘무임승차·배신자’ 비판 부당
6·13때 한국당위해 동분서주
복당절차 밟는것이 늦었을뿐

‘참패 책임’ 洪, 출마명분 어색
黃, 총선이끌기엔 브랜드 한계

“대한애국당부터 바른미래당, 나아가 우파 시민단체까지 범보수 단일대오를 이루려면 오세훈이 나서는 게 더 유리합니다.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중도 표를 얻고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정통 보수’보다는 ‘개혁 보수’ 이미지가 절실합니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5일 “2·27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을 이끌 ‘간판’을 뽑는 자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중심에 놓고 이번 전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19대 대통령선거 패배 후 약 1년 8개월 동안의 한국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당뿐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분열돼서 효율적인 대여 투쟁을 못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다. 당원들도 만나 보면 ‘제발 당권 주자들끼리 서로 부정적 에너지 발산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경쟁하라’ ‘계파 싸움 하지 말라’ 이런다. 당 밖 사람들도 ‘보수가 어떻게 다시 합칠 거냐’고 묻는다. 선거에 대해 깊숙이 모르는 사람도 ‘대선이든 총선이든 분열하면 필패’라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얘긴데.

“그렇다. 친박(친박근혜)이다 비박(비박근혜)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옳다 그르다 식으로 분파를 조장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거다. 사실 치유하기 힘든 상처 아닌가. 그걸 헤집어 내부에서 총질해 대는 것에 보수 우파를 사랑하는 어느 누가 동의하겠나.”

대표적인 비박계 주자로 꼽히는 오 전 시장이 이번 전당대회가 친박·비박계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동안 경험으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게 있다. 분열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내년 총선에서는 절대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니즈(needs)’가 있다. 계파 갈등을 극복하는 게 새 리더십의 과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가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님에도 뭉텅이 표가 모인 이른바 비박계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나를 그 계파로 봐 달라는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계파 논리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거다.”

―후보 개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당대회도 다른 선거처럼 구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나.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게 정치적으로 의미가 클 거라고 본다. 난 사실 의심을 많이 받았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나를 두고 ‘비박 우회 상장주’라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요즘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왜냐면 내가 진심으로 그런 (탈계파적)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더라. 내가 흔히들 그러는 것처럼 계파에 매몰돼 ‘형님 한 번 도와주십시오’ 했으면 그런 얘기가 나오겠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적 실리를 위해 어느 계파의 주자를 자임하는 일은 하지 않다는 게 내 의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현명하다면 그렇게 할 것으로 본다. 사실 그분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기 때문에 나보다 계파색이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거캠프에 비박 쪽 사람을 등용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탈계파적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그럼 오세훈 캠프에도 다른 쪽 사람이 들어와 있나.

“당헌·당규상 현역 국회의원이 캠프에 들어오는 건 금지돼 있어서 드러내 말하는 건 금기시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사람 중 내게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 ‘당신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황 전 총리는 기존 보수 정통파를 집결하는 기능은 하겠지만, 중도 표를 가져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이끌 사람은 당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황 전 총리뿐 아니라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도 점쳐진다.

“누군 나오고 누군 나오지 말라고 하는 건 난센스다. 다만 홍 전 대표의 출마는 어색하긴 하다. 직전 당대표였고, 그 시절 6·13 지방선거에서 져도 너무 많이 졌다. 정당사상 그런 참패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참혹한 결과를 받아든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 임기 중에 있는 것이다. 그 기간 내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다시 나와 심판받겠다고 한다면, 당원들이 (이런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 선택할 거라고 본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될 경우 ‘도로 친박당’ ‘도로 박근혜당’이 될까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런 명분으로 출마하겠다면 더 이상하다. 그건 한마디로 당원들의 판단을 불신한다는 것밖에 안 된다. 한국당 당원 모두 내년 총선에서 이기길 원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누가 총선 승리를 이끌지 판단할 거다. 이런 판단을 신뢰해야지, 미리 상황을 예단해 출마하겠다고 하는 건 어색한 명분일 뿐이다.”

오 전 시장은 인터뷰 내내 이번 전당대회가 총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데, 제대로 견제하려면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이 반드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경제를 비롯해 외교안보와 국방, 사회 등 각종 정책적인 면에서 낙제점이 아닌 게 없다. 최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돌면서 분노를 느꼈다. 정부가 도와줘도 기업들이 버티기 힘든 엄중한 상황인데 오히려 정부가 기업을 압살하고 질식시키는 현장을 목격하고 돌아왔다. 특히 PK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가 크게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상황인데도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이는 데 대해 국민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도권 표심을 돌려야 한다. 대구·경북(TK)과 PK는 변화가 시작됐지만, 국회 의석 122석이 걸린 서울·인천·경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게 무슨 얘긴가.

“경남 창원에 (원전 건설과 관련된) 두산중공업이 있고, 그 근처에 1·2·3차 협력업체가 1500개 정도 있다. 이번에 직접 가 보니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이 폐기되면서 일감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만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전에 들어가는 게 대부분 기계 장치다. 부산, 울산, 창원 등 기계공업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체들이 다 위기에 처했다.”

―수도권 승리를 이끌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황 전 총리와 대비되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서 자꾸 강조한다.(웃음) 당대표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라는 게 분명히 있다. 사실 그게 크다. 한국당 사람들이 모이면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테니 내년에는 당 지지율이 얼마까지는 갈 거다’는 식의 희망 섞인 기대를 나타내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수도권 사람들은 한국당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잘못하고 있어도 아직 너희에게는 못 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에게 기대감을 주는 전당대회를 치르지 못하면 오히려 당 지지율이 내려갈 수 았다. 결국 다음 총선의 간판이 누가 되느냐가 가늠자가 될 거다.”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문재인 대 박근혜’의 프레임이 짜이게 된다는 주장과 통하는 듯했다.

“그런 주장에는 동의 안 한다. 황 전 총리는 장점이 많은 분이고, 총선을 앞둔 시기가 아니라면 굉장히 좋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본다. 다만 수도권과 중도 표를 얻어오려면 정통 보수보다는 개혁 보수 이미지가 절실한데, 브랜드 이미지의 한계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다. 총선을 치르기에는 내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점을 당원들께 강조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 출신들의 복당이 줄줄이 좌절되고 있다. 총선 전 보수 통합에 대한 입장은.

“대한애국당부터 바른미래당까지, 나아가 정치권 밖 우파 시민단체까지 범보수 진영을 다 끌어안는 게 가장 바람직할 거다. 그러나 현실 정치로 들어가면 쉽지 않다. 범보수 단일대오를 가능케 하는 데 정치적 역량과 노하우를 동원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내가 더 용이하다고 자부한다.”

―탄핵 국면에 당을 떠났던 전력 때문에 ‘배신자’ ‘무임승차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끌어들여 보수 정권 창출에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던 것이고, 그게 바른미래당이 되면서 곧바로 탈당했다. 무당적 상태로 있으면서 6·13 지방선거 때 서울·경기·충청·TK 등 요청이 있는 곳은 마다치 않고 도우러 다녔다. 복당 절차만 최근 밟았을 뿐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한국당을 위해 뛰었다. 내가 한국당을 배신했다는 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당대표가 되면 당을 어떻게 끌고 갈 생각이냐는 질문에 오 전 시장은 곧 출간되는 자신의 저서 ‘미래 ―미래를 바라보는 세 개의 창’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세 개의 창이란 북한 핵 위기 이후의 외교안보,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을 말한다.

“한국당을 민생정당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면서 실제로는 더 못살게 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고용참사가 일어났다.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고 아르바이트하던 학생들도 일자리가 날아갔다.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대기업 노조라는 신기득권층이 생겼다.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독선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소기업 근로자와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당은 부자를 위한 정당, 친기업 정당이라는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오남석·김유진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