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퍼주기式 복지에 재정 바닥… 올 물가상승률 1000만% 달할 듯

세계최대 석유 매장 국가의 몰락

기업 국유화와 무상복지 확대, 가격 통제 등 과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에 열광적 지지를 보냈던 베네수엘라 국민이 돌아선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가재정이 바닥나면서 극심한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열흘 전 미국의 경제제재를 이유로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300%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월 최저임금은 1만8000볼리바르로 뛰었지만 이 돈은 암시장에서 불과 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현지에선 이 돈으로 달걀 한 판이나 햄 1㎏을 겨우 살 수 있는 가치다. 지난해 볼리바르화의 통화가치는 전년 대비 약 24만% 떨어졌다. 그만큼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년간 커피 한 잔 값이 0.45볼리바르에서 800볼리바르까지 올라 18만%의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고 토리노캐피털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최대 2300만%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회복불능의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포퓰리즘 정책의 영향이 크다. 1998년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은 에너지자원을 국유화하고 싼값에 석유를 판매해 확보한 재원으로 서민·빈곤층을 상대로 무상복지·의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후 10년 넘게 선심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까지 뛰었다. 국제유가가 높을 때는 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2014년 고점 대비 70%나 하락하자 수출의 95%를 석유에 기댔던 베네수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원유수입 감소는 곧 외화 차입으로 이어져 외채가 불어나고 볼리바르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했다. 경제 파탄과 정정불안 속에 마두로 대통령이 야당 인사들을 탄압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것도 경제난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마두로 행정부의 자산 동결을 포함해 금제품 거래 금지, 채무불이행 관련 재교섭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경제 붕괴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살인적 생활고에 내몰리면서 카리브해에서는 해적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베네수엘라인들이 해적질에 뛰어든 데다 정부의 단속 여력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까지 경제난과 정치적 이유로 고국을 떠나는 베네수엘라인이 53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330만 명이 외국으로 탈출한 가운데 하루 평균 5500명이 국경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