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사노위 집착 말고 정부·국회가 노동 현안 결단해야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참여 거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불참 위협 등으로 시작 단계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부족한 대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나가겠다”고 했지만, 노동계 주축이 빠진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는 말이다. 여당도 2월 국회에서 노동 현안을 처리한다지만 그간의 노조 눈치보기 처신을 볼 때 성사를 기대할 수 없는 게 경험칙이다.

탄력근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다급한 현안이다. 더 미루면 주 52시간 강제에 따른 산업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고, 2020년 최저임금 결정에서도 과속 페달을 계속 밟을 수 있다. 양 노총은 두 사안에 극력 반대하고 있어 경사노위가 정상화된들 합의는 무망하다. 사회적 대화에 큰 기대를 걸어온 문재인 정부는 친노(親勞)정책을 쏟아내면서 민노총에 구애를 거듭했지만, 헛발질이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일 뿐 의결기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노동 현안은 물론, 복지·산업정책까지 잔뜩 의제로 올려 놓았다. 경사노위를 의견 수렴 창구로 활용한다면 모를까, 국정 전반의 결정을 미루는 식이라면 무책임하다. 사회적 대화가 그리 중요하다면 최저임금·근로시간·정규직화 등 핵심 정책 시행단계에서 논의했어야 옳다. 노동계 입맛에 맞게 밀어붙여 놓고 뒤늦게 보완하려 하니 노조권력이 양보할 리 없다.

세계 최고의 강성 노조가 득세하는 국내 현실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건 환상이다. 하르츠 개혁을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15년 방한 때 “노조와 기업 의견을 충분히 듣되 최종 결정은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민주적”이라고 조언했다. 경사노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